질문 3.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아이들과 강릉으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계속 춥던 날씨가 오랜만에 풀려서인지 바닷바람도 매섭지 않았다.
넓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자, 나도 모르게 아이처럼 “와, 바다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어리둥절해하다가 “우리 엄마, 신났네!” 하며 웃는다.
큰아이가 초등학생일 때까지만 해도 여행도, 캠핑도 자주 다녔는데, 중학생이 된 뒤로는 함께 떠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사춘기가 찾아와 아이가 같이 다니길 꺼려하기도 했고,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여행을 미루다 보니 다니지 않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 전부가 아이의 성적에 달려 있는 것처럼 살던 때였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잘해왔던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성적이 떨어지면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예전 아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존감이 뚝 떨어진 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힘을 내보라고 다독였다가, 화를 내었다 하는 상황들이 고등학교 생활 내내 반복되었다.
결국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고, 아이는 재수를 선택했다.
남편과 나는 아이가 재수학원에 등록하길 바랐지만 혼자 공부하겠다는 아이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혼자 하는 공부는 쉽지 않았다. 처음의 다짐과는 다르게 흔들리는 아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보다 날이 서 있던 나는 응원의 말 대신 화를 내기 일쑤였다.
또 한 번 수능을 치르고, 세 장의 원서를 접수하며, 이번에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믿었다. 눈치 싸움에 실패한 것일까? 추가 합격이라도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끝내 좋은 소식은 없었다. 실망과 미안함이 뒤섞인 아이의 표정을 보자 눈물이 났다. 이제 어쩌지......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추합 결과를 기다리며 의논해 두었던 마지막 플랜가동.
재수학원 등록. 2월 19일 저녁 7시. 추합은 끝이 났고, 남편과 아이는 바로 학원 등록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이에게는 다음 날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여행 계획이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가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한창 좋은 시절에 친구들과 마음 편히 만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올해 수능 전까지 여행이 어렵겠지만 이번만큼은 잘 다녀오라고, 술은 적당히 마시라고 하니 아이는 걱정 말라며 웃으며 나갔다.
또 시작이다. 아침 7시에 나가서 11시쯤 돌아올 아이를 위해 나는 앞으로 두 가지 말만 해주려고 한다.
“잘 다녀와” 그리고 “얼른 자”
누군가 나에게 어디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 불고, 맑은 하늘 아래 파도 소리가 들려오던 그 순간.
아이들과 함께했던 강릉 바다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