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4. 새로운 공간과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엄마, 밥은? 밥은 먹었나?
뭐라꼬? 안 들린다. 뭐라카노? 좀 크게 말해봐라.”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억양이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바로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나를 빤히 보더니 묻는다.
“화났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닌데, 기분 좋은데.”
내 고향은 대구다. 대구 사투리는 말이 짧고 단호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듣기엔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십 년 전, 직장 생활을 하던 때였다. 업무 통화를 마칠 무렵, 상대방(서울 사람이었다.)이 말했다.
“사투리를 많이 쓰시네요?”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네? 아, 네. 그렇죠. 대구 사람이니까요.”
내 말이 알아듣기 힘들었나? 사투리를 많이 쓴다니? 무슨 뜻이지?
그 말을 듣고 나니, 다른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데 가노?” 대신 “어디 가?”, “밥은 묵었나?” 대신 “밥은 먹었어?”
가능하면 사투리를 덜 쓰려다 보니 말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배우들이 어색한 사투리를 쓰는 느낌이랄까?
나는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나누고 나면 늘 같은 말을 듣는다.
“대구에서 오셨어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엄마, OO이가 사투리 좀 쓰지 말래.”
“그래? 그래서 뭐라고 했어?”
“엄마, 아빠가 대구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했어.”
“오! 잘했네. 맞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대답 잘했네.”
정말 그랬다. 사투리는 숨길 일도 아니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었다.
편하게 살자. 사투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서로 알아들으면 되는 것 아닌가.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숙아, 내다. 뭐하노? 날씨 좋제? 완전 봄이다. 봄.
아들은 잘 있나? 별일 없제? 나도 잘 있다. 맞나? 대구는 벌써 여름 된 거 아이가? 여는 아직 괜찮다. 대구보다는 기온이 낮다 아이가. 아직 쌀쌀하다. 대구는 금방 더워질 낀데 우짜노? 서울에 놀러 온나. 보고 싶다. 오면 성수동에 가보까? 분위기 좋은 데 많다. 대구도 많이 변했제? 서문시장 납작 만두랑 떡볶이 먹고 싶다. 여는 납작 만두 파는 데가 없다 아이가. 맛있는데 왜 안 파는지 모르겠다.
아들이 좀 자라면 좀 보고 사나 했드마는, 잘 안된다. 그쟈? 얼굴 잊어뿌겠다. 연락도 잘 몬 하고,
요번에 대구 내려가면 꼭 연락하께. 미안타. 잘 지내고, 또 연락하께. 서울 올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알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