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2. 나의 '최애'와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by 동그리

그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3월의 어느 날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그날 우리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보았다.


작고 경쾌한 몸짓,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던 그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존재가 내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을지.
그를 보고 돌아서 나온 후에도,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주위를 몇 바퀴나 맴돌며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그래, 결심했어! 같이 가는 거야!‘


그의 이름은 ’ 동동이‘다.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름이 가장 잘 어울렸다.

동동이는 이름처럼 매일 동동동거리며 나를 쫓아다녔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작은 그림자가 생겼다.

동동이를 데려올 때, 아이들은 산책을 꼭 자기들이 시키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약속은 늘 그렇듯 지켜지지 않는 법. 처음 며칠은 신나서 돌아가며 산책을 나갔지만, 결국 동동이의 산책은 나의 몫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가다 보니 동동이는 실외배변을 하는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태풍이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장맛비가 쏟아져도 우리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

덕분에 나도 매일 바람을 맞고, 햇볕을 쬐고,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요즘처럼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동동이의 촉촉한 코는 바빠진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들고, 냄새를 맡는다.

마치 봄을 들이마시려는 듯이.


동동이는 스피츠과라 털이 길고, 이중모인 데다, 모량도 많아서, 털이 참 많이 빠진다.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중에 동동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해도, 동동이 털은 평생 우리 곁에 남아 있겠지? “

그 말에 둘 다 피식 웃었지만, 그런 날이 올까 봐 슬퍼진다.


아이들과 나만 강릉여행을 갔을 때, 동동이를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남편한테 맡기고 갔었다.

동동이는 그날 저녁, 거실에서 현관을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했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서 동동이가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처음에는 파도 소리에 움찔할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어오면, 동동이의 부드러운 털 사이로 바닷바람이 스며든다.

파도 소리, 모래 냄새, 짭조름한 바람, 그리고 내 곁을 맴도는 작은 그림자.

그렇게 동동이와 함께 바다를 걷고 싶다.


하루종일 동동동, 바쁜 동동씨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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