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무슨 소리지? 참새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아침부터 창밖이 소란스럽다. 아침 햇살을 맞이하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앞집 담벼락 위를 느긋하게 걷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도 나도 순간 얼음.
“안녕!”
몇 초의 정적. 녀석은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도도하고 우아하게 담벼락을 뛰어내려 사라졌다.
넌 이제부터 ‘노랭이’다.
날씨가 좋다. 빨래가 잘 마를 날씨다. 이런 날엔 옥상에서 말려야 제맛이지.
1층에서 세탁한 빨래를 바구니에 담고, 한 손으로는 동동이를 안아 든다.
영차, 영차. 계단을 오른다.
처음엔 버둥거리던 녀석도 이제는 내려놓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린다.
가파른 계단이 걱정됐는데, 역시나 무서워한다. 6.7kg 동동이, 반올림해서 칠동동.(동동이 별명)
7kg 아령이라고 생각하자. 올라올 땐 오른팔, 내려갈 땐 왼팔. 번갈아 들어보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옥상에 올라오니 햇볕이 좋다. 살짝 쌀쌀한 바람도 좋다. 멀리 보이는 산도, 앞집의 소나무도 좋다.
젖은 수건을 힘껏 털어 건조대에 널고, 기지개를 쭉 펴본다. “아이고, 시원하다.”
층마다 청소를 끝내고, 커피 한잔 내려 4층으로 올라왔다.
‘커피머신을 4층으로 옮길까? 음, 이참에 새로 하나 들일까?’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둔 나의 물욕이 팔팔 끓어오른다.
‘어? 때마침 할인 중이네? 생일 선물로 받은 돈에 쿠폰도 쓰고, 내 비상금까지 보태면?
안 살 이유가 없잖아? 내 몸의 70%는 물이 아니고, 커피라고!’
휴대폰 화면에 뜨는 메시지. “결제하시겠습니까?”, “네! 그럼요. 하고 말고요!”
집 정리를 마친 뒤,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나의 소중한 텃밭에도 들러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심었나 구경하고, 나는 무엇을 심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텃밭 교육에서 강사가 말했었다. “욕심부려 많이 심지 마세요. 간격을 넉넉히 두고 심어야 잘 자랍니다.”
‘어떻게 아셨지? 나, 많이 심을 생각이었는데.’
내친김에 솔밭공원까지 내려와 한 바퀴 돌고, 여대 앞 즉석떡볶이집에서 떡볶이 일 인분과 김밥 한 줄을 사 먹었다.
그리고 지나다니며 눈여겨봤던 꽃가게에 들러 상추 모종 열 개와 당귀 모종 한 개를 샀다.
고추 모종과 루꼴라 모종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고, 다시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오르락내리락 계단집’ 앞 작은 땅에 상추 모종과 당귀 모종을 심었다.
텃밭이라 부르기엔 조금 아쉽지만, 호미로 땅을 뒤엎고 퇴비를 섞어 주었으니, 이곳도 나의 소중한 텃밭이다.
올해는 상추는 사 먹지 말라고, 내가 직접 주겠다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호언장담했는데, 잘 자라겠지?
물을 듬뿍 주고, 옥상에 널어둔 빨래를 걷으러 올라갔다. 햇볕에 바짝 마른 수건이 뽀송하다.
아직은 낯선 공간. 현관문을 열면 낯선 냄새가 스며들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교통이 전보다 불편해지고, 동동이를 안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쌓일수록, 이곳이 점점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