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8.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내가 어릴 적부터 외가 식구들은 계모임을 했다.
정해진 날짜는 없었지만, 대개 1년에 세 번쯤은 꼭 모였다.
누군가 이사를 가면 그 달 모임은 자연스레 집들이가 되었고, 명절에는 회비로 선물을 마련해 윷놀이를 하곤 했다.
이모들은 모두 멀리 살았다.
지금은 친정집과 가까운 곳에 모여 살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다.
친가 쪽에서도 계모임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잘 따라가지 않았다.
왜,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가 모임만큼은 빠지고 싶지 않았다. 이모들을 만나는 게 좋았다.
엄마는 육 남매의 장녀다.
여동생이 셋, 남동생 하나, 그리고 오빠가 한 명.
외할머니는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
손주들의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하시고, 기억은 자주 오래전 이야기 속에 머문다.
엄마가 할머니를 찾아뵈면, 지금도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한다.
“OO이 가는(그 애는) 밥 묵을 때 상 우에(위에) 있는 찬들은 다 묵더라카이.
간장까지 꼭꼭 찍어 묵고, 잘 묵는다. 잘 묵어.”
내가 국민학교 4학년이었을 때, 아빠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셨다.
엄마는 병원에 계셨고, 외할머니가 나와 동생을 돌보러 오셨다.
그때, 밥상에 오른 반찬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던 내 모습이 할머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 말은, 그 시절 엄마에게 전한 우리가 잘 지낸다는 안부였고, 걱정 많던 딸을 향한 할머니의 다정한 위로였다.
나는 뭐든 잘 먹는 아이였다.
그냥 놓여 있는 간장조차 꼭 찍어 먹는 아이.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사라다’였다.
감자, 오이, 맛살, 메추리알, 건포도, 단감, 사과.
먹기 좋게 깍둑 썰어 넣고, 설탕과 고소한 마요네즈를 듬뿍 섞어 만든 푸짐한 ‘사라다’.
조리 과정이 어렵지 않아 언제든 쉽게 만들 수 있는 ‘사라다’.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도 뚝딱 만들어지는 ‘사라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사라다’.
계모임에는 언제나 사라다와 잡채가 빠지지 않았다.
집집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달랐다.
외삼촌네는 메추리알을 꼭 넣었고, 우리 집은 넣지 않았다.
첫째 이모네는 건포도를 빠뜨리지 않았다.
넣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만, 어떤 조합이든 변함없이 맛있었던 나의 소울 푸드.
지금도 우리 집 냉장고엔 마요네즈가 떨어지는 날이 없다.
젊은 엄마와 더 젊었던 이모들이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떨던 거실,
건강했던 외할머니가 손주들 밥을 챙겨주시던 주방.
그 모든 순간 속엔 언제나 ‘사라다’가 있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사라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