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만 아니면 다 괜찮아요.

질문 11. 신이 나를 만들 때 조금 더 넣은 것과 조금 덜 넣은 것은.

by 동그리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배가 살살 아파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반응이다.


올해 2월, 중등 대표로 학부모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문제는 학부모회 전체 대표 선출이었다.

중학생인 둘째 아이는 대안학교에 다닌다. 회의에 나온 여섯 명의 학년 대표들.

우리 모두의 마음은 같았다.

‘대표만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나 역시 대표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누구 하나 선뜻 손을 들지 않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결국, 별다른 방법이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사다리 타기’를 하기로 했다.

‘이래도 되나? 대표를 뽑는데 사다리 타기라니’, 그렇다고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나는 첫째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 학부모 회장을 두 번 맡은 적이 있다.

물론 자진해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나선 적은 결코 절대 단 한 번도 없다.

당시 학교에는 아이가 전교 회장이 되면 그해 학부모 회장은 엄마가 맡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학교에서 학부모회 위원을 모집해도 정원이 채워진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심지어 ‘학부모 회장을 할 게 아니라면 아이를 전교 회장 선거에 내보내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였다.

대표직은 정말 맡기 싫었지만,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데 굳이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초등학교 학부모총회를 앞둔 날,

쿵쾅거리는 내 심장과 후들거리는 내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샀다.

약의 효과가 최대한 발휘될 시간까지 계산해 마셨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중학교 학부모회는 초등학교 때보다 참여해야 할 일들이 적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할 일도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때의 긴장감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다리 타기의 결과는...... 그렇다. 또 내가 대표가 되었다.

결과를 확인한 우리는 모두 말없이 침묵했다.

‘그냥 결과를 엎어버릴까? 죽어도 못 한다고 버틸까?’ 짧은 순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몇 마디 더 나눈 후 우리는 조용히 헤어졌다.

올해도 바쁘게 살라는 뜻인가.

하늘도 너무하시네, 작년에도 충분히 바빴는데! 이 일이 아니더라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닌데!


현실을 부정하던 마음을 애써 다잡는다.

오케이!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어떻게든 해야지.

신은 나를 만들 때, 책임감은 조금 더 넣어주셨으면서, 사람들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배짱은 조금밖에 넣지 않으셨나 보다.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수밖에.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웨엥-웨엥! 빨간 불이 들어온 ‘긍정 회로 최대치 가동 버튼’을 눌렀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나는 이제 겨우 대안학교 2년 차 학부모니까.

오늘도, 긍정 회로 ON.




토요일 연재
이전 10화모두 잠든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