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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니은 Aug 28. 2023

혼자 떠나는 유럽여행(포르투) - 08

낭만을 묻는다면 포르투를 가리켜라



** 포르투 2일차


아침으로 구글앱에서 평가가 좋은 샌드위치를 먹으러 숙소에서 나와 시내로 내려가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길에는 공실이거나 공사 중인 건물이 많아 인적이 드문 탓에 한산하고 조용했다. 




사람들이 모두 출근을 한 시간이라 그런걸까, 도시는 관광지답지않게 수더분했다. 숙소에서 찾은 샌드위치 가게 앞에서 입구 사진을 한 장 찍고 안으로 들어가 견과류와 꿀, 리코타치즈와 사과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생선수프와 차를 함께 주는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맑은 갈색 차와 노란색 수프가 먼저 나왔다. 따듯한 수프부터 한 입 할까······이 비릿함은 뭐지? 생선을 고아서 만든 수프라고 확신하며 어쩐 일인지 고등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입가심을 위해 급히 차를 한모금 마셨다······이건 무슨 종류의 약초인가······수프와 차에게 거리감을 느끼며 의자에 기대 샌드위치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샌드위치는 어디에서 먹어도 평타는 치는 법이다. 위기를 느낄 필요 없다.



곧 옥색 접시에 놓인 샌드위치가 등장했다. 샌드위치에서 뚜껑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 위에 올라가는 빵이 덮여져 있지 않고 머스타드가 발린 배를 발라당 드러내며 누워있었기 떄문에 속재료가 한눈에 보였다. 그런 샌드위치를 뭐라 불러야 할 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픈샌드위치였던 셈이다. 



사과와 루꼴라, 발사믹소스와 꿀, 리코타치즈와 그 위에 잔뜩 뿌려진 부순 호두······샌드위치 속에 두툼하게 치덕치덕 발린 리코타 치즈도 낯선 것이었지만, 치즈 아래에 깔린 얇게 잘린 사과가 입안에서 서걱서걱 씹히는것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빵에 들어가는 사과는 잼이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샌드위치를 베어물자 부들부들한 리코타 치즈와 달콤한 꿀, 갓 데워져 바삭바삭한 빵이 한 데서 뭉클하게 섞일 때, 상큼한 사과와 루꼴라가 자신들을 잊지 말라는 듯 아삭하게 끼어들고 잔뜩 뿌려져 있던 호두가 고소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입 안에는 '맛있다!' 팡파레가 울려 퍼졌다. 포르투까지 와서 샌드위치 맛집을 찾다니. 요란하지 않고 슴슴하지만 결코 존재감이 가볍지 않은 장인의 손길을 거친 나물솥밥 같달까······구글 평점은 하루아침에 쌓인 명성이 아니요, 마케팅의 결과도 아니었던 것이다.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쇼핑몰과 식당이 양 옆으로 늘어선 시내로 들어서자 곧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관광지의 소란함보다는 현지의 생생함, 활기참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북적거림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야외 테라스와 파라솔 아래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낮술을 즐기고 있었다. 저 광경이 한낮에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새우깡에 소주 마시는 사람들 볼때와는 다르게 왜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거지······저 사람들도 올리브 안주 하나에 병맥주 마시고 있는데······속으로 나의 이중적인 시각을 낄낄 비웃으며, 그렇다면 포르투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런 풍경을 보고도 전혀 낭만을 느끼지 못하겠네 싶었고, 포르투 친구를 좀 사귀어서 의견을 물어보고 싶은데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는거야말로 낭만 그 자체다, 라고 생각하며(첫 도착날 게스트하우스에 둘러앉은 여행자 무리에 끼었다가 직업에 대해 소심한 한마디를 한 이후 전혀 섞이지 못하고 쓸쓸히 자러 간 참이었다) 거리를 한바퀴 둘러본 다음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로비를 구경하다가 한국어로 번역된 '시간 여행자의 아내', 한국인 작가가 쓴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가 책장에 꽂혀있는 것을 한 장 찍었다. 머나먼 포르투에 한국 책을 놓고 간 어떤 여행자와 여기에서 묵었을 누군가의 아내와 어느 남자를 상상하며.




저녁을 같이 먹을 한국인 동행인을 구했다. 상투스 역을 같이 구경한 다음 다리를 건너 항구로 넘어가 문어 요리를 먹고 노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스포츠 채널 TV의 PD 일을 한다는 언니와 함께 상투스 역의 아즐레즈 무늬를 구경하고, 규모가 작기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찬찬히 둘러보지 못하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노을지는 풍경이 꽤 황홀해서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에 말없이 거리며 하늘을 구경하다가 뒤를 배경으로 셀카를 좀 찍고, 언니에게도 날 좀 찍어달랬다. 건너편 항구로 넘어가니 하늘이 분홍색, 하늘색, 보라색으로 변하기 시작해서 그걸 꼭 영상으로생생히 남기고 싶었고 그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아, 여긴 평생 못잊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항구에 자리잡은 여러 식당가 중 여기 저기 한국인일 것이 틀림없는 사람들이 보였고, 한국인의 검색력을 확신하고 있는 우리는 그렇다면 저긴 맛집이겠죠, 그런 얘기를 나누며 식당에 들어가 큼지막한 문어다리와 알감자 요리와 올리브가 올라간 감자치즈그라탕, 빵에 녹인 치즈와 꿀을 발라먹는 요리를 시켰다(포르투 특산물 중 하나는 꿀이다). 





문어가 질기지 않네요, 뭐 그런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데 길가에 위치한 술집이며 그 위 언덕과 거리에서 요란한 고함소리와 와장창 술병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탓에 우리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알고보니 오늘이 축구게임이 있는 날이라 이렇게 응원을 하고 있는거라고······응원이라고? 저게요? 





소란의 주인공들이 축구유니폼을 입고 얼굴에 축구공을 그린 채 단체로 어깨를 걸며 우우 몰려다니지 않았다면 패싸움이 났을것이라 굳게 믿었을텐데요······. 언니와 나는 꽤 과묵한 동행이었기 때문에 누가 봤으면 저 사람들 여행와서 싸웠다······고 의심했을테고 나조차도 우리의 기간제 동행이 얼마 가지 못하리란 생각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내일 같이 버스를 타고 좀 멀리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고, 해리포터 도서관으로 유명한 곳과 비누며 향수 따위로 유명한 잡화점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우정이 반드시 웃으며 서로 어깨며 허벅지를 칠 때, 농담 한마디에 허리가 뒤집히는 수다 속에서 꽃피워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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