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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ul 31. 2022

디자이너이자 공예가, 직업이 여러 개일 자유

프리워커의 특권, N잡


주간 이슈 

섬유 공예 교육 준비

이번 주는 <2022 행복한 공예 교육>에 쓰일 섬유 공예 키트와 코바늘 뜨기 제품 제작을 하며 보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행복한 공예교육>은 문화소외계층에게 찾아가는 공예 교육입니다. 다움웍스는 강동구 내 지역 아동센터에서 섬유 공예로 만드는 나만의 브랜드로 10회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대외적으로 제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제 전공이 시각디자인일 거라 짐작하시지만, 저는 공예, 그중 섬유 공예를 전공했습니다. 학교 다닐 땐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정말 사랑해서 공예 작가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첫 입사한 회사는 제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고,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워 지금의 길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대학원에서 섬유 공예가로서 저를 봐온 선, 후배분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그래서 너는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주로 로고와 포스터 등을 디자인하는 것 같은데 어떨 땐 섬유 공예를 수업을 하기도 하고, 작업실을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부르다가 공방으로 부르기도 하니까요. 하나로 정리할 수 없어 정체가 불분명해졌습니다. 불분명하다는 이 표현이 전 참 좋아요. 한 가지로 정의할 필요가 있나요.


공예과 그래픽 디자인은 매우 다른 영역 같지만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빚어가는 공예와 서체의 한 획 한 획을 그리는 일은 많이 닮았습니다. 조금 삐끗하면 올이 나가 전체 균형이 깨져버리듯이 서체의 각도가 약간이라도 어색하면 글자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합니다. 정직하고 섬세하게 시간을 쌓아야 결과물이 만들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서체 디자인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좋았는데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가야만 하는 공예의 호흡과 닮아서겠죠.

코바늘로 제품을 만드는 자체도 좋지만 수업 내내 수강생들께 응원을 북돋을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처음 코바늘을 잡으면 겁먹고 어려워하십니다. 그런 분들께 할 수 있다고, 걱정 말라고, 같이 만들면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제가 더 힘을 받습니다. 수업 끝에 자신만의 물건을 완성하면 ‘그거 봐요 할 수 있죠. 정말 잘하셨어요. 다음에 더 잘하실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멘트들은 과장도, 예의상 하는 말도 아닙니다. 사실이기에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눈앞에 보이는 제약에 가두고, 조금의 실망에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당신의 방황과 주저함과 겁을 응원합니다. 한 땀 한 땀 조금씩 같이 만들어가면 완성할 수 있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용기를 북돋는 일입니다. 저는 그 용기를 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공예를 배웠는데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려니 자신감이 없어 겁에 질려 도망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시기에 제 작은 가능성을 보고 끝까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 덕에 지금의 다움웍스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응원과 격려를 수업을 통해 제가 다시 되돌려 드릴 수 있으니 감사할 수밖에요.


제 2회 다락장 개최

구천즈의 월간 장터 다락장이 지난 주말 두 번째로 열렸습니다. 지역사회의 활기를 넣자는 취지에 맞게 북카페 다독다독 구천면로점에서 개최하였습니다. 다독다독에서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셔서 정말 든든했습니다. 1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지나가시던 주민분들의 우연한 발걸음도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구천즈는 이날도 어김없이 재밌게 놀았어요. 이 다섯 명의 조합은 쉴 새 없이 웃깁니다. 저는 구천즈의 야망막내를 맡고 있어요. 언니들 사랑합니다.

다락장에서 저는 대학원 때부터 꾸준히 작업해온 섬유 공예 제품들을 판매했습니다. 만드는 게 좋아서 시간이 날 때 마다 만들었던 제품들이 꽤 많이 쌓였네요. 앞으로 이러한 섬유 작업들을 게렌하푸에 잘 녹여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게렌하푸의 시작은 스테이셔너리지만 그 본질은 시간입니다. 정직한 시간이 담긴 특별한 공예 제품들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클라이언트 워크로 게렌하푸는 늘 뒷전이라 고민도 많지만요.

저는 앞으로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황다움답게 산다’ 정도면 되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일들을 즐겁게 해냄에 참 감사합니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당신의 한 땀을 함께 지어가고자 하는 이가 여기 있으니.


주간 업무 로그  

2022 행복한 공예 교육 준비   

N사 SNS 콘텐츠 작업 및 업로드  

다락장 2회 개최 - 북카페 다독다독 구천면로점  

 W사 브랜딩 미팅  


주간 독서

독서 중  

환희의 인간 - 크리스티앙 보뱅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솔로 워커 - 리베카 실  


이번 주의 문장

“내가 정말 나답게 살고 있을까?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의 내가 본래 모습이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가?” 애슈퍼드는 이러한 느낌을 정체성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솔로 워커를 힘들게 만든다.  

- 솔로  워커, 리베카 실


다음 주 포인트  

<2022 행복한 공예 교육> 첫 수업  

W사 브랜딩 진행  

그 외 외주 작업   

첫 독서 모임  

Written by 보령다움 6호 모집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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