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본 문화에 대한 글을 쓴다.
살짝 근황부터 이야기하자면, 작년 일본에서의 3개월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일본 현지화 관련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었지만,
일본에서의 생활 이후로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관찰하고 일로 연결하는 과정이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주일간 도쿄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글에서는 그 출장 중 새삼스럽게 느낀, 일본의 작은 문화 차이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이번 출장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일본에서는 차가운 음료를 사면 컵홀더를 주지 않는다.
사실 일본에 있을 때 차가운 말차를 수도 없이 마셨지만, 이번 출장에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꽤 놀랐다.
처음에는 한국처럼 컵홀더가 있을 줄 알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결국 손에 물기가 묻은 채로 마셨는데,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이건 문화 차이구나’ 싶었다.
뜨거운 음료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서 컵홀더가 꼭 필요하지만, 차가운 음료는 손이 약간 시렵고 물기가 맺힐 뿐이니 굳이 홀더를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여름에 출근할 때, 가끔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나가면 살짝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왜냐하면 많은 일본의 직장인 여성들은 무더운 날에도 대부분 긴 치마나 바지를 입기 때문이다.
예전에 일본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직장인뿐 아니라 특별한 취미나 개성이 없는 이상 대학생 이후로는 짧은 옷을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물론 짧은 치마를 아무 때나 입지는 않지만, 체감상 일본에서는 훨씬 더 보수적인 편이었다.
내게는 조금 특이한 취미가 있다. 로 화장실에서 재미있는 주의 문구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건 나중에 따로 시리즈로 정리해보고 싶다.)
일본에서도 다양한 문구를 찍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대부분의 문장이 “○○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됩니다. 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식으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안내문이 ‘위험합니다’ 같은 직접적 경고형이라면, 일본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됩니다’라는 관계 중심 표현을 자주 쓴다. 단어 하나에도 그 나라의 사고방식이 드러나는 것 같아 참 흥미로웠다.
짧은 출장 덕분에 다시금 일본의 세심한 문화와 사람들의 태도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때의 생활이 단순한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의 일과 시선 속에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가웠다.
최근에는 디자인과 여가 문화의 차이에 대해 공부하며, 직접 일본인 팀원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있다.
이 경험들이 조금 더 정리되면,언젠가 브런치에 또 한 번 소개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