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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라이프 3개월 결산(1) : 깊어진 취향

도쿄라이프 마무리

by 올리고당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유는 3개월간의 도쿄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귀국 후 짐을 정리하고, 일본에서 미뤄둔 개인 업무를 해결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설날을 맞아 조금의 여유를 되찾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은 도쿄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하고 결산해보고자 한다.




도쿄라이프 깊어진 취향(1) : 녹차


나는 한국에서도 출근하면 가장 먼저 녹차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 복잡한 외부의 소음이 차단되고, 오롯이 내 생각과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습관은 2년 전 제주도에서 녹차를 마시며 명상하는 법을 배우면서 더욱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지만, 점차 녹차의 맛에도 빠져들었고, 자연스럽게 디저트도 녹차가 들어간 것만 찾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일본은 정말 완벽한 나라였다. 집 앞 식당에서도 차가 기본으로 제공되었고, 한국보다 훨씬 다양한 녹차 디저트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도쿄로 떠나기 전, ‘누구보다도 많은 녹차 디저트를 먹고 오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며 마음껏 즐기고 돌아왔다.


대지 1.png 도쿄 미나토구 'Sakurai Japanese Tea Experience'

더 깊이 녹차를 즐기기 위해 녹차 오마카세도 경험했다. 단순히 찻잎을 우려낸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탄산이 가미된 차, 녹차 베이스의 알코올, 그리고 직접 찻잎을 디저트처럼 맛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녹차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은 단순히 녹차를 즐기는 것을 넘어, 내가 왜 녹차를 좋아하는지, 녹차의 어떤 부분에 끌리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처음에는 내가 일본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지 않다는 걸 알아채셨는지, 간단한 설명만 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서툰 일본어로 "교토 녹차는 맛이 정말 강하네요"라고 이야기하자, 그때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차를 내어주실 때마다 그 차의 역사, 그리고 자신이 이 차를 어떤 마음으로 제공하는지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설명해주셨다.

비록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순간 자체가 무척 유익하고 인상 깊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일본어를 더 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쿄라이프 깊어진 취향(2) : 재즈


나는 음악을 폭넓게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재즈를 가장 사랑한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재즈에 끌려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깊이 알아가면서, 연주가 매 순간 달라지는 즉흥성,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와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자유로운 연주의 흐름이 마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재즈 정신이 나를 더욱 매료시켰다.


작년에 ‘시골 청년이 재즈를 하기 위해 도쿄로 상경하는 이야기’인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를 보고, 나는 일본의 재즈바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그리고 실제로 경험한 도쿄의 재즈는 내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대지 1 복사.png (좌) 도쿄 신주쿠 'Jazz SPOT Intro' (우) 도쿄 지요다구 'Adirondack Cafe'

도쿄의 재즈 문화는 자연스럽고도 자유로웠다. 재즈바 안에는 나이와 국적을 초월해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누구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 번은 혼자 재즈바에 갔다가 예상치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공연장이 거의 만석이였고 내 앞자리만 유일하게 비어 있었을 때가 있었다. 마침 쉬는 시간에 자리를 찾던 연주자 한 분이 내 앞에 앉았고, 그를 중심으로 주변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우연히도 그분들과 주변 사람들은 와세다대학교에서 재즈를 전공한 음악인들이었고, 그들로부터 과거 도쿄의 재즈 문화, 그리고 자신들이 왜 재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은 마치 꿈같았고, 이러한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야말로 내가 계속해서 재즈를 사랑하는 이유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도쿄라이프 깊어진 취향(3) 목욕


일본에서는 목욕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집이 춥기 때문에 매일 밤 따뜻한 목욕으로 몸을 데우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물의 온도와 양을 원하는 대로 조절하고 자동으로 멈추는 편리한 목욕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또한,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쿄에는 다양한 온천과 목욕 시설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2주에 한 번 정도 목욕을 즐겼다면, 일본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목욕을 할 정도였다.

대지 1 복사 2.png





한국에 돌아왔다고 해서 글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내가 신기하고 좋았던 순간들을 계속해서 공유할 생각이다.


도쿄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듯, 한국에서도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써나갈 것이다. 우선은 일본에서의 경험들을 빨리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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