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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컴쟁이 Jun 25. 2024

비니쿤카를 포기하다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하는 관계로

전날 강행군 때문이었을까 몸이 이상하다.

숙소도 훈기가 없고 건조하고 으스댄다.

남편이랑은 전날부터 이미 마음으로

비니쿤카를 포기했다.

소진되었다는 말이 딱 맞았다.

목구멍이 정말 찢어진 건지 피맛이 나고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괜찮아지질 않았다.

망고와 요구르트로 나름의 비타민을 섭취하고

숙소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서 나왔다.

오히려 밖이 더 따뜻한 기분이었다.

걷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카페에서 열심히 서칭 끝에 약을 구입했다. 타이레놀이랑 비슷한 약이라는데 효과가 좋아서 여행 내내 덕을 봤다.

하루가 붕 떠서 다녀온 코리칸차. 정말 눈이 황홀하고 구석구석 예뻤지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벤치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금강산도 몸 좋을 때 가야 한다. 남편은 여기저기 감탄을 하며 구경을 했는데 나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여 다행이었다.


간신히 몸을 이끌고 움직인 산 페드로 시장. 이 조악한 알파카는 저렴한데 남미 느낌이 물씬 풍겨 몇십 개씩 쟁여올걸 그랬다. 만나는 사람마다 주고 싶으니까.

꼬리꼬리한 냄새의 주범이었던 생선알..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모든 음식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안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니피그 고기, 알파카 고기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야간버스를 타기 전에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자다 말다 눈떴다 감았다 한참을 반복했다. 사장님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직원분이셔서 눈치를 주지 않아 좋았다. 참,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셨다. 여행지에서의 카페는 단비 같은 휴식처가 된다.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화장실도 갈 수 있고 여행 경비 정리나 여행 일정 재점검을 할 수도 있으니까 이만한 공간이 없다. 우리도 이곳에서 야간버스를 타기 전 시간을 죽였다. 아무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은 내 몸상태로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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