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9
태그커피 뒷길로 좁은 길이 이어지는데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잘 지어진 전원주택도 있고 텃밭들도 줄지어 나온다. 좁은 길의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탁 트인 소류지를 만날 수 있다. 5-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어서 좋은 길이다. 소류지의 여름은 조용하고 뜨겁지만 넓게 펼치며 위용을 뽐내는 연잎들의 장관은 꽤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 한두 곡 들으면서 소류지까지 돌아보고 오면 내리쬐는 햇살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 더 기운을 내서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바로 옆 20-30미터 거리에 새로운 프랜차이즈 카페가 가오픈을 한지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고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일주일을 버티듯이 지냈던 것 같다. 아직 태그커피를 인수한 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하루하루가 마치 미션클리어해야 마감이 되는 게임처럼 나 자신의 신경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침의 두구동 하늘과 바람도 좋고 공덕초에 등교하는 아이들도 정겹다. 걱정해 주시는 마을 분들과 상인들의 진심 어린 충고들이 오고 갈 때도 너무 감사하고 위로가 된다. 커피 한잔을 더 팔아서 돈을 버는 것보다 사람들 사이에 어우러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서 자작하게 된 카페이지 않는가...... 내가 가진 장점을 알아주시는 분이 있으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다 해도 등 돌리고 살 필요는 없는 세상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며 세월만 보내고 산 것은 아니었는지 마음이 그렇게 흔들리거나 섭섭함이나 불안함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겨서 그런지 어떤 말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신념 비스무리한 게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버틸만하고 집에만 있을 때보다 화나 짜증도 덜 내는 것 같고 스스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여유감도 생긴 것 같다.
누구의 말도 아닌 내가 내 자신에게 '괜찮아 이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라고 토닥여 줄 수 있는 관대함이 생긴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향상되어 가는 느낌이다.
토요일 아침 행복꽃차에 주문한 생화 한 박스를 껴안고 두구동으로 넘어와 물 올림만 후딱해놓고 뒷길을 따라 소류지까지 천천히 바람과 공기와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었다. 이런 소소한 힐링이 일상에 존재한다는 게 지금은 더 소중한 부분인 것 같다. 아침 일찍 오셔서 옆가게 생겨서 어쩌나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감사하고 꽃을 손질하는 순간도 너무 좋은 시간이다. 간단한 아침 요깃거리를 챙겨 책 한 권 들고 앉아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모든 순간들이 마치 나에게 모두 필요한 일인 마냥 소중하게 다가온다.
올 가을은 정말 정말 의미 있는 계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