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23.10.16

by 아일랜드

아차 싶었다. 또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미 돌이킬 수는 없다. 안그래도 장사 안 되는 카페에서 단골에게 자꾸 서비스 음료나 디저트를 제공하고 있는 나를 본다. 다들 떠나는 것 같은데 그나마 찾아와 주는 분들이 고맙기도 하고 그냥 내속에 퍼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것 같기도 하다. 음료를 대여섯 잔씩 사가는 손님은 칼같이 계산하고 서비스도 없이 보내면서 혼자 오는 손님들이나 단골들에게는 어찌 이렇게 아깝지 않게 다 퍼주게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런 마인드로 장사를 잘할 수 있을지,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장사꾼 남편은 나에게 한동안 엄청난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다 남는 거 없을 거라고,,, 그렇게 망해가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왜 자꾸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집에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안정되고 충만한 기분이 자주 든다. 내가 이렇게 베풀어 대는 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40대 아줌마가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카페나 하면서 여유 부리면서 지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의 로망은 카페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사람들과 소통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통창을 통해 보이는 나의 여유로운 모습에 한숨이 나올 수도 있고 부럽기도 할 것이고 저러다 망할 것 같다고 걱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아니면 꽃이나 식물을 손질하면서 카페 여주인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40-50대 여자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카페나 하면서 차 마시고 여유 부리는 삶,,, 그것을 내가 실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현실은 사실 가혹하고 더 치명적인 문제들이 곳곳에서 어디선가 대기하고 있듯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나는 그저 40여 년을 살면서 나름의 여유감이 생겼고 더 큰 스트레스와 싸우고 살았던 시간들이 길어서 그런지 카페를 하면서 겪는 문제들과 아직은 잘 싸우고 있는 것 같다. 포기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기다림과 유연함으로 맞서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 누가 봐도 나는 여유로워 보일 것이고 장사가 되든 가게가 어찌 됐든 조급함이라 고는 느낄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자신이 속내를 숨길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을 새삼 깨달아가고 있다. 사실 나는 매일 매출을 걱정하고 있고 이것저것 걱정이 태산인 사람이다. 아들과 틀어진 관계부터 집에도 챙겨할 것이 산더미로 쌓여 있고 카페도 들고나는 모든 것을 챙기고 계산하고 걱정해야 할 것들 투성이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성급하게 덤벼들수록 어긋남이 더 클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집안 일과 카페 관련 일들도 천천히 하나씩 주어지는 대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택한 것뿐이다. 내가 일런 삶을 살다니,,, 나도 놀랄 때가 많다.


요즘의 나는 새롭게 태어난 마냥 그동안 숨겨둔 병기를 하나씩 꺼내서 적절히 사용하면서 나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나는 당당하다. 하루의 1/3을 카페라는 내 공간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통창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며 손님을 기다리고 하늘도 쳐다보고 바람을 맞기도 하고 햇살을 쬐기도 한다. 앞집에서 바람결에 전해오는 천리향 향기도 좋고 시계집 레트리버가 웅웅 거리며 짖는 소리도 정겹다. 그냥 그렇게 짧은 가을을 보내보려 한다. 겨울에는 좀 더 단단히 마음먹고 가게 운영에 더 진심을 다해 봐야겠다. 이렇게 좋은 계절을 매출만 따지며 돈계산만 하면서 보내기엔 나는 아직 충족되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하루키 책을 완독하고 나면 새로운 책을 주문할 것이고 그즈음이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메뉴 가격도 재정비해보려 한다. 겨울은 길고 추울 것이니 단단히 준비해서 대비해야 될 것 같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그냥 이대로 충만함만 느끼고 살고 싶다. 내가 얼나마 오랫동안 굶주렸던 건지,,, 사람이 그리웠던 건지,,, 갑자기 울컥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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