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0
분노인지 질투인지 시기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온갖 감정들이 차고 올라왔다.
나는 두구동에 카페를 인수한 후 하루도 쉬지 않고 3달째 일을 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 옆의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건지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왔다.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을 벌려고 이렇게 새벽부터 나와서 카페문을 열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데 난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편의 방관은 나를 그의 가족밖으로 내밀었다. 나는 그 속에 속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따스함을 느껴본 적 없으며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본 적도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남편의 옆에서 20여 년을 가족이 아닌 채로 살아왔다. 받은 만큼 눈치 보며 어떤 식으로든 갚으며 살려고 애쓰고 살았다. 이제야 마치 모든 빚이 청산되고 받은 만큼 모두 돌려주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은 나를 그들에게서 더 멀어지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려고 악착같이 빚이라 생각하고 받은 만큼 갚고 살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나 스스로 떳떳하길 바란다. 누구의 눈치도 보고 싶지 않고 그렇게 살아온 20여 년의 삶이 통째 쓰레기처럼 의미 없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 가끔은 부모형제도 남편과 아이들까지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 자신의 그룻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아 나 자신조차 담아내기 버거울 지경이었다. 혼자 살아야 할 사람이 결혼을 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그 자체로 어쩌면 모든 것이 어긋난 지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저축해 놓은 돈도 꽤 된다. 그 돈으로 혼자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돈의 힘을 믿는다. 그 돈이 여태껏 나를 살게 한 버팀목이었으며 살 수 있게 만든 생명수 같은 존재였다. 매일 통장을 보면서 나는 이런 돈을 지닌 사람이다. 나는 부족하지 않다. 나는 언제든 쓸 수 있는 돈이 이 정도는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버티던 시간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베풀지는 못하는 그냥 그림 같은 통장의 돈을 위안 삼아 버티던 삶이었다. 나는 돈을 쓸 줄 모른다. 모두 나를 짠순이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냉혈한이라 말한다. 내게 한번 들어온 돈은 나가는 길을 모르고 내 안에 잠식하게 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게 쓸 줄 모르고 살다 보니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해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노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나 보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버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를 수입에 연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 양귀자의 모순을 운명처럼 읽게 되었다.
쌍둥이 자매의 운명은 참으로 내 삶과 같았다.
나는 좋은 집에 좋은 차에 부족할게 하나 없었지만 스스로 지리멸렬한 삶에 지쳐있었는지 모르겠다.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내지 못하는 것에 스스로 실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용기 내어 한걸음 걸어 나온 바깥세상은 첫걸음부터 진흙탕에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나는 이런 인생의 고단함을 알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지루한 일상에 문젯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나는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를 일이다. 돈을 쓰는 일보다 버는 일이 내게는 더 의미 있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내가 가끔은 너무 싫어지기도 한다. 인생이 길고 지루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싫을 때가 있다. 즐길 줄 모르고 웃을 줄 모르는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기도 하다. 나는 왜 이토록 매사 진지하기만 한 것인지... 쉽게 쉽게 건성건성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도 아무 문제없는 세상이다. 나 혼자 심각하게 침잠해 봐야 결론도 없는 인생살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혼자 고민하고 침잠해 버린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나도 이런 나 자신을 벗어나고 싶다.
카페를 하면서 자주 웃고 실없어지는 나를 만난다. 어떤 손님은 대놓고 내가 이쁘다고도 말해준다. 또 누군가는 언제 밥을 먹자고도 한다. 나는 이런 말들을 듣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스스로 이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들어본 적도 없는 삶을 살았다. 20대 이후 밥을 먹자는 남자의 제안은 더더욱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결혼 후 남편과 가족 외의 남자와 밥을 먹어본 적도 기억에 없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았다. 모든 것이 어색하다. 나도 이쁘구나. 나도 밥 한 끼 같이하고 싶은 여자구나. 나도 이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 놀라고 있다. 두구동 변두리의 작은 카페는 내게 돈벌이 수단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첫 한걸음이다. 이곳이라 가능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다음 한걸음이 어디를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첫 한걸음이 두구동의 태그커피라는 곳이라 포근함을 느낀다. 비록 진흙탕에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올지라도 카페 안에서 나는 안전하게 잘 버틸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것만 생각할 것이다. 다른 것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그들이 어떤 삶을 살던지 그건 그들의 삶이니까.... 운명처럼 읽은 책 한 권에서 위로를 얻고 답을 찾게 된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마저 없다면 인생살이 그것도 너무 재미없는 거 아닐까 아직 안 해본 게 많고 안 가본 길이 많음에 감사함을 가지고 살면 된다. 그것이 길고 지루한 인생을 버티고 살 수 있는 방향이 되어줄 거라 생각하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