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2023.11.14

by 아일랜드

라디오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나온다. 욕망에 대한 글을 읽어준다. 20세기에는 욕망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그 시절을 살아왔다. 젊은 시절 대부분을 욕망보다는 희망, 소망이라는 바람들만 껴안고 힘든 시절을 버티듯이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데 가감이 없다. 솔직하다. 그런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욕망이라는 말을 섣불리 갖다 붙이거나 입에 올리기 어려워한다.

욕망은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희망이나 소망처럼 바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나 이루지 못한 것을 향해 노력하고 필사적으로 이뤄내려고 애쓰는 것이 욕망이라는 것이다. 나는 45년을 살아오면서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노력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 욕망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인생이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바라보고만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왜 내게는 감이 안 떨어지는 것일까? 원망만 하면서 살아왔다. 나는 이제 내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조금씩 연습해 보려고 한다. 감나무를 쳐다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고 나무를 흔들어도 보고 작대기로 치면서 감을 떨어뜨려 보려고 한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것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는 것을 이제 너무 잘 알아버렸다. 내 힘으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얻어나가고 싶다. 내 욕망을 망설이지 않고 표현하면서 살고 싶다.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일에 대한 욕망, 성적인 욕망, 지식에 대한 욕망, 삶 자체에 대한 욕망에 더 솔직해질 것이고 더 열심히 욕구를 충족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 질 녘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후회와 한심한 마음이 밀려왔다. 나 자신의 욕망은 꽁꽁 숨겨두고 오로지 희망과 소망만 가득한 허공에 떠도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스스로를 가두고 바라기만 하는 삶을 살아왔다. 한걸음 걸어 나와서 직접 뛰어다니고 찾아다니면서 무엇인가 도전하고 이루려 애쓰고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삶은 지금의 내 모습으로 반추할 수 있다. 또 지금의 내 삶으로 10년 후의 내가 분명 달라져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삶은 그래서 장담하면 안 되는 것이고 그래서 재미있고 살아볼 만한 것 같다. 울뚱불뚱한 굴곡진 인생살이마저 즐겨보려 한다. 내 욕망을 채우는 것에 진심을 다하면서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숨기지 말고 더 솔직해지고 더 진심을 다해 살아보려고 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게 나의 본모습인 것이다. 이제라도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알아가는 것이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지금의 한순간 한순간이 그래서 다 의미가 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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