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6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의 힘을 믿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상처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골이 더 깊어지고 벽이 더 두터워져서 더 이상 가까이하기 어색해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부모자식, 형제지간도 등 돌리고 살면 남이 되는 세상에 누구의 이해나 관심을 바라는 것도 과분한 상상이고 기대일 것이다.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나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이루어가는 노력을 하면서 지내다 보면 나도 어딘가에는 도달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어려운 세상에 그렇게 고개 빳빳하게 들고 굽히지 않고 살다가 나중에 후회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다. 내 노력을 알아봐 주지 않는 사람을 더 이상 맞추고 눈치 보고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 법이다. 잘하는 만큼 더 관심받고 대우받고 살 것이고 나도 내가 한만큼은 기대하고 바라고 살게 되는 것이다.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받은 게 없는 사람한테 자꾸 더 잘하라고 다그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감정도 일방적으로 소모되고 바닥을 드러내면 일말의 미련도 생기지 않는 법이다. 내가 과분하게 많이 받고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나름의 방식으로 버티듯이 살아왔을 뿐이다. 어느 누구에게 보다 나 자신을 죽이고 맞추고 살려고 애썼던 것 같다. 나 자신은 없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 혼자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 아니라고 하면서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바운더리를 만들고 빗장을 치고 살았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빗장을 치고 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