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3
오늘 또 최저매출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오전에도 없던 손님이 점심피크시간에도 뜸하다. 주차를 다른 곳에 하기로 마음먹은 첫날이다. 동방이엔지 주차장에 내차가 주차되지 않자 그 회사 직원들은 오전 내내 카페에 발길을 하지 않고 있다. 조금씩 관망하다가 차츰 카페를 멀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손님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오는 손님들을 말릴 수 없듯이 오지 않는 손님들을 붙잡을 수도 없다. 손님은 붙잡을 방법들은 있겠지만 나는 내 방식을 고집할 것이고 맞지 않는 걸 느낀 사람들은 더 이상 카페에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게 살면서 멀어진 관계들이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눈치 보고 마음 쓰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두구동이라서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그 정도는 감당해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카페 말고도 아이들도 걱정이고 부모형제들도 걱정이다. 나는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이다. 카페의 흥망성쇠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카페는 그냥 내 공간이고 내 방식대로 꾸려나가는 나이 45세에 얻은 진짜 내 것이다. 그냥 오면 편안하고 포근하다. 그런 공간을 찾아다녔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오시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려드리거나 차를 내어드린다. 그런 사소한 부분들이 안정감을 준다. 걱정거리들도 잊게 만든다. 카페 안은 손님과 나의 숨결로 가득 찬다. 그렇게 어우러지는 무엇인가가 너무 좋다. 말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서비스가 없어도 그저 오고 가는 숨결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거였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앞으로 동방이엔지 주차장에는 주차를 하지 않을 것이다. 소류지 주차장이 너무 좋고 10분 정도 걷는 시간도 만족스럽다.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도 그대로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두구동에 적응해 가는 것이 나에게 더 어울리는 방법인 것 같다. 주차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다. 사모님은 이번주 내내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다. 직원을 시켜 음료를 사 오라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직원들은 가끔씩 와서 커피를 할인받아서 사가고 있다. 그들이 우리 카페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저 주차에 대한 합당한 대가로 누리는 혜택이라 생각할 것이다. 가게는 더 운영이 힘들어 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카페는 사실 그 의미가 없다. 그걸 알지만 그렇다고 부당한 대우에 순응하고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카페의 운영은 순전히 나의 결정대로 내 의지대로 끌로 나갈 것이다. 그래야지 망하더래도 인정이 될 것이고 누구탓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