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일랜드 Jul 11. 2024

자립

2024.06.23

시부모님께 장문의 하소연 문자를 보냈다. 입 무거운 남편과 무관심한 시부모님 곁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그들은 먼저 선을 긋고 무관심으로 일관해오면서 나에게는 며느리니까 아랫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었다. 그래도 사랑받고 싶었고 관심받고 싶었기에 노력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해왔고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발 벗고 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에……… 결국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는 참고 참았던 모든 것을 다 폭발시켰다. 그들이 모르고 어쩌면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을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들, 내가 결혼하고 겪은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이렇게라도 말을 안 했다면 평생을 혼자 가슴에 품고 살다 죽었을 수도 있는 그런 말들,,,,, 자신의 딸이 이렇게 살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당연히 딸과 며느리는 다르다. 그리고 맏며느리와 둘째 며느리도 다르다. 그들은 누구나 보이게 차등을 두고 대하면서 그게 나의 주제라고 딱 그만큼이 나의 자리라고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고 다 맞춰가며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멍청했고 내가 나답지 않았다. 그것을 내가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벗어날 궁리만 했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은 남편과 혜어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살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들이 가진 돈은 나에게 일말의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그건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을 생각하고 살아온적없었기에 뒤돌아설 때 후련함이 더 컸다. 내인생을 내 스스로 일궈나가는 것이 돈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카페를 사직할 때 나의 마음가짐은 시부모님께 하듯이 손님들은 대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는 1년이 채 되지도 않아 동네사랑방이 되었다. 그들은 비싼 커피값을 지불하고도 매일 방문해 주었다. 생판 모르는 남들도 정성을 들이면 인정해 주고 베풀 줄 안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좋은 집에 좋은 차를 몰며 남부러운 것 없이 살아도 그들은 외롭고 힘들 것이다. 돈을 보고 돈 때문에 옆을 지키는 사람들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면 된다. 돈의 가치가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돈과 그 돈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돈으로 소통하면서 그렇게 살면 된다.

돈,,,,, 돈은 참 중요하다. 커피 3천 원짜리를 50잔 팔아야 15만 원을 번다. 거기에 나가는 돈도 끝이 없다. 돈은 벌기는 힘들고 쓰기는 쉬운 법이다. 그들은 나에게 입 닫고 버티고 살면 그들이 남겨줄 유산을 상속받아서 노후에 편하게 살 텐데 바보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난 그 유산 상속을 한 번도 기대하거나 꿈꾸며 여태껏 살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관념들이 이제 와서 나에게 의미가 부여될 것도 없다. 해주신 거 고맙게 받고 살기도 했지만 그보다 나 자신이 더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왔던 기억이 더 크다. 진짜 필요할 때는 아무도 없었고 그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들은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겉만 번지르한 것을 던져주곤 우리 존재를 잊고 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그렇게 해드렸다. 자식 된 도리는 하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관심은 기대도 안 하고 무관심 속에 살아도 그들은 언제나 중심에 있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그 한계가 왔고 나도 이제 나의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기다리고 주저할 시간도 아깝다. 그들이 줄 것을 기대하고 숨죽이고 사느니 세상밖으로 나와 필요한 만큼 벌어서 원하는 곳에 쓰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졌다. 사그라들었던 열정이 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한 발자국 성장하는 것 같다. 진짜 알을 깨고 세상밖으로 한걸음 나온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내가 만들어갈 내 세상에 돈이 없어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눈치 보며 움츠려 들면서 숨통 막히도록 숨죽이며 사는 삶은 없다. 없어도 떳떳하게 자신감 있게 살아갈 것이다. 많이 배우고 많이 베풀고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삶을 사는 방향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