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일랜드 Aug 07. 2024

보답

2024.07.29

무엇인가를 되돌려 받으려고 베풀거나 챙겨드린 것이 아니다. 그저 말 한마디에 감동이 되고 스스로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나는 시댁에서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너무 고팠던 것 같다. 그들 중 누구도 그런 말 한마디를 해주지 않았기에 내가 마음을 접은 데는 그게 아마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더 이상 내입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사라져 버린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시댁과 절연을 선언했다. 그분들은 얌전하고 순하게만 보이던 내가 돈 때문에 미쳐 날 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기도 하고 많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적다고 다 불행한 것도 아닌 그저 삶의 도구일 뿐이다. 내 마음의 상처가 너무 골이 깊어져서 회복되기 힘들어졌고 그럴 겨를도 없이 그들이 더 나를 내치고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집을 떠나는 게 맞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이 할 것 다해가면서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간간이 우울해지고 자책하는 순간이 있긴 하겠지만 사는데 크게 지장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오히려 마음이 너무 편안하기까지 하다. 내 마음이 이러하니 그들도 모두 이해가 되고 상관이 없어져버렸다.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더 편해진다. 그들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나는 이제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걸어 나왔으니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애정도 없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스스로 박차고 나왔기에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내게는 내 부모형제가 있고 내 자식들이 있다. 나는 그걸로 충분히 벅차다. 내가 능력 없고 하찮은 존재이기에 과분한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 한다. 그 안에서 나는 내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쩔쩔매며 눈치나 보고 사는 몸종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사는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무시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나를 더 버티지 못하게 했다. 나는 변두리 작은 마을 카페를 인수하고 그곳의 어르신들에게 마음을 다해 대접해 드렸다. 그분들은 돈을 지불하고 받을 것을 받는데도 고마워했고 나를 이뻐해 주셨다. 나는 그 충만함으로 1년을 버텼다. 그분들이 나를 살리셨고 나를 더 단단하게 다져주시고 보듬어 주셨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위로를 나는 태그커피에서 받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찾아와 주시고 이뻐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는 그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태그커피를 시작하지 않고 이런 일을 겪었다면 나는 아마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태그커피는 많이 소중하다. 이 공간, 이 공기와 여기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난다. 다시 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떠난다. 스스로 버텨낼 에너지를 얻었고 삶의 방향을 찾았기에 지체 없이 걸어 나가려 한다. 또다시 예전의 나태하고 의지 없던 나로 돌아갈지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태그커피에서 얻은 용기와 에너지로 무엇이든 도전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지내보려고 애쓸 것이다. 나는 다시는 시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예전의 나로 살지 않을 것이다. 그때처럼 부끄러운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그들은 만족스러웠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부끄러운 내 인생의 한 조각이었다. 나답지 못했고 나를 숨기고 숨죽이며 지냈던 시간이었다. 누구를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으며 내가 만들어낸 상황들이었다. 그렇기에 스스로 박차고 나온 것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도 없고 기대하고 바라고 살 수도 없는 것이다. 모두에게 각자의 인생이 더 소중하듯이 나도 이제 내 인생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이 올바른 인생살이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깡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