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셀러 상가를 내다.
온라인 판매를 위탁판매로 시작해 사입도 조금씩 하면서 집 안에 물건을 쌓여갔다.
물건을 더욱 적극적으로 납품받고 물건을 보내기 위해서 상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살 때는 엄두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수원으로 이사 오면서 약 한 달가량 상가를 보러 다녔다.
당시에는 차가 없어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상가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4평의 아주 작은 상가였고, 뒤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보증금 200만 원에 20만 원의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창고로 쓸 계획이었다.
고민하다가 부동산 사장님께 상가 계약 의사를 전했다.
"사장님, 저 계약할게요~ 상가주인에게 말씀 좀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입주는 언제쯤 할 예정이세요?"
"1월 21일쯤 진행하려고 해요~ 협의의 여지는 있으니까요, 말씀 전해주시고 답변 주세요~"
당시, 1월 21일은 한 달쯤 남은 시점이었고 상가에 들어가기 위해서 간판도 맞춰야 하고, 거래처도 더욱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 있게 입주 날짜를 전했다.
며칠 후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1월 21일은 너무 날짜가 멀어서 상가주인이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네요~"
"네...?? 협의의 여지가 있는 건데, 그럼 상가주인께서는 언제를 생각하시는지 얘기를 하고 논의를 했으면 좋겠는데요... 언제 생각하시는지 좀 여쭤봐 주세요. "
그러고 나서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때는 상가를 계약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쉽고, 이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것이 꼭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적극적으로 상가를 보러 다녔다.
- 30평의 엄청 넓은 지하 1층의 상가
- 20평의 멕시카나 밑 지하 1층 상가
- 8평의 지상 1층 볕이 잘 드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 15평의 교회 밑의 상가
- 10평의 특색 없었던 상가
한 5개의 후보지가 있었고, 나는 상가를 보러 다니면서 창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확장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볕이 잘 드는 8평의 단지 내 상가를 선택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처음에 계약하고자 했던 상가보다는 훨씬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지만, 상가를 보러 다니다 보니 점점 눈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 차가 생겨 선택지가 넓어져 컨디션이 더 좋은 상가를 선택했다.
그리고 계약하고 잔금까지 치른 시점은 1월 28일, 상가는 2월 1일 입주하기로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선반도 놓고 간판도 맞췄다.
그리고 며칠 후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아, 상가 구하셨나요? 상가 주인이 계약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요."
"아.... 네..... 그렇군요. 저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그 상가 주인도 내 또래의 남자라고 했다.
아마 하루라도 빨리 월세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협의의 여지도 없이 단칼에 입주 날짜가 늦어 안된다던 상가 주인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를 건 게 아닐까 싶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상가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그 작은 상가를 계약했다면, 오프라인 점포 확장이라는 생각을 못했을뿐더러 대리점들이 상가를 방문했을 때도 물건이 꽉 차 꽤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인생만사가 새옹지마라 했던가.
안 좋은 일은 다시 좋은 일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좋아 보였던 일은 또 안 좋은 일로 되돌아오기도 하나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최선을 선택을 했고, 그 과정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월세까지 커버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