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검거 후, 경찰서를 다녀왔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킥보드로 출근 후, 자전거 거치대에 킥보드를 세웠는데, 잠금장치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출근 전날 킥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 집으로 가지고 올라왔는데, 그때 잠금장치가 집 안에 떨어진 것 같았어요.
킥보드를 사무실 안으로 가져가야 하나 잠깐 고민을 했지만, 출근길 만원 엘리베이터에 킥보드를 끌고 들어갈 자신이 없어, ‘무슨 일이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곳에 킥보드를 파킹을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이때까지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했죠.
퇴근을 해서 다시 킥보드를 세워둔 곳으로 왔는데………….
띠로리………….. 킥보드가 없어졌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 주위를 잠깐 배회했 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전거를 거치대를 비추는 CCTV가 보였어요. CCTV 안내문과 CCTV 관할하는 곳과 전화번호를 사진 찍어서 길 건너편에 있는 파출소로 들어갔습니다.
파출소에 신고 접수를 했더니, 그 경찰관이 출동 나가 있는 경찰관을 보내줄 테니 사건 장소로 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20분 동안을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춥고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저는 그 20분이 굉장히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경찰관이 와서 상황을 설명을 하는데, 잠금장치를 왜 하지 않았냐고 첫 번째 면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서를 작성하라고 해서 근처 ATM 기기 안에서 조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신고가 되었고, CCTV 확인을 통해 피의자를 검거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 댁에 돌아가셔서 기다리시면 된다는 말에 피의자가 금방 잡히는 줄고만 알았습니다.
사건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어갔고,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관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문자가 도착하였습니다.
‘아, 대한민국 경찰이 일을 확실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믿음이 갔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희미해져 갔습니다.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난 무렵 궁금한 마음에 다시 한번 파출소에 방문하여 사건 진행 상황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 파출소에서는 진행 상황을 알 수 없고, 배당받은 수사관에게 문의를 하라고 하며, 관할 경찰서의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현재 수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어요.
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현재 피의자 추적하여 압수영장 발부받아 수사 중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피의자가 금방 검거가 되어 저의 킥보드를 돌려받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어요.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저의 스트레스 지수는 계속해서 올라갔어요. 그리고 해는 넘어갔습니다.
다시 한번 경찰서에 전화를 했습니다. 압수 영장을 발부받으면 바로 피의자 조사를 하고, 그러면 사건이 종료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때까지의 상황은 CCTV에 찍힌 피의자 2명이 추정이 된 상황이었고, 그 피의자들이 쓴 티머니 카드 회사에 압수영장을 발부해, 그들이 쓰는 계좌를 알아낸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그 후에 그 은행에 다시 압수영장을 발부해 그들을 특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범인을 검거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 후 저는 킥보드는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고, 아침마다 출근길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 추운 날들을 저는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도보로 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서 주어진 상황에 점차 적응을 해가고 있었어요.
그렇게 2주가 또 흘렀어요. 회사에서 정말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피의자가 검거되었습니다. 경찰서로 오셔서, 킥보드를 가져가세요.”
회사에서도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형사님과 통화를 길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이때는 저도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황이었고, 제가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한 달반 동안 겪었던 불편이 그냥 킥보드를 돌려받는다고 해서 없어질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오후 5시쯤 다시 한번 형사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피의자들은 두 명이 함께 범행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특수 절도가 성립하고 이미 사건이 조사가 된 이상 그들에게 전과 기록은 남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들의 부모님께서 굉장히 걱정을 하시고, 저와 통화를 하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조금은 걱정이 되고 죄책감을 느낀 것 같아요. 내가 혹시라도 이들의 인생을 망친 건 아닐까, 혹시 이들이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형사님에게 그 피의자 어머니께 저의 번호를 주지 말고, 저에게 그 어머니 전화번호를 주시면 제가 시간이 가능할 때 연락을 드리겠다는 얘기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 그 날 저녁…. 호흡을 가다듬고 피의자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찰서에서 연락받고 전화드렸습니다.”
그 어머니께서 한 첫 번째 말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때 저의 마음은 그래도 많이 누그러들었습니다.
‘이 분의 밑에서 자란 친구라면 정말 막 나가는 친구는 아니겠구나. 이렇게 부모님의 걱정과 사랑을 받고 자란 친구인데, 찰나의 순간에 실수를 한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통화를 통해서 저는 저의 입장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그리고 저도 그 어머니의 마음과 피의자 친구들의 그 간의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고,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면서 그 친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제가 사건을 신고하고 조사 작성을 할 때 피의자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했고, 그런 의사가 없을 시, 사건 접수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의자들의 처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께서는 간절하게 저의 합의를 원하셨고, 저를 설득하셨어요. 저는 애초부터 이런 절도범죄가 큰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피의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범죄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신고를 한 것이었어요.
그렇게 저도 상황과 저의 생각을 정리한 후에 그 간의 스트레스, 교통수단을 대체하기 위해서 구매한 자전거, 그리고 저의 킥보드가 제 손을 떠나 있었을 때 어떻게 취급이 되었을지 모르기 때문에 킥보드 재 구매비를 생각하여 적당한 선에서 합의금을 제시하였습니다.
(합의금의 금액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가 제시한 금액이 다른 분들의 합의금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생각합니다. 합의금이라는 것은 그 당사자 간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만 하니까요!)
그리고 그 합의는 성사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 경찰서에 가서 합의서를 쓰고, 사진 찍어서 어머니께 보내드리겠다고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불안하신지 경찰서에 오시겠다고 하셨고, 계속 경찰관을 합의의 당사자로 끌어드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경찰관님도 저에게 몇 번이나 강조했던 것은 경찰은 사건을 신고 받고, 조사하고 범인을 검거하여 처벌을 하는 것이 업무이지 당사자 간의 합의에까지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그 어머니께 몇 번이나 주지 시키고, 합의는 피해자와 피의자 당사자 간의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경찰관을 끌어드리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최대한 불안하시지 않게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 다음날 합의금이 입금이 되었고, 확인 문자를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회사에는 반반차를 내고,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태어나서 경찰서는 처음 가봐서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차가 막히는 구간이 있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30분가량 더 소요가 되었는데, 찾아가는 내내 그 어머니와 경찰관에게 언제 오냐고 몇 번이나 전화를 받았어요. 그때는 조금 짜증이 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어머니께서는 혹시라도 제가 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경찰서 앞에서 신분증과 물건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고 강력계 생활범죄팀으로 찾아갔습니다. 그 강력반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철장 같은 게 있어서 조금 놀랐어요. 범인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놓는 장치 같았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는 그런 장면을 제가 실제로 보니, 조금 놀랐기도 했어요.
철장을 넘어 들어가서 목소리로만 듣던 경찰관과 그 어머니를 만났어요. 생각보다 친근한 분들이었고, 그 어머니께서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반 만에 저는 저의 킥보드와 상봉할 수 있었습니다. 1초 만의 제 킥보드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어요. 다행히도 저의 킥보드는 생각보다 아주 멀쩡하게………..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킥 보도를 돌려받았다는 확인서와 ‘처벌불원서’를 작성하였습니다. 허무하게도 생각보다 서류를 쓰고, 물건을 돌려받는 일은 간단했어요. 그리고 '그 간의 모든 일들이 끝났다’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킥보드를 들고 나와서 타보니 왠지 모르게 후련하고, 뭔가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끝낸 것만 같았어요.
저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낀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합의금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 경험 자체를 흥미롭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되도록이면 이런 경험은 안 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생각보다 사건의 진행은 더뎠고, 그 시간 동안 제가 느낀 답답함과 스트레스는 합의금을 넘어서는 것이었어요. 이 사건으로 인해서 저도 스트레스를 받고, 경찰관들은 그 만큼 노동력이 들었으며, 그 피의자들에게는 전과 기록이 남았고, 그 부모님들까지도 걱정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어요.
결론: ‘웬만하면 내 물건 안 잃어버리는 게 좋고, 경찰서나 파출소는 안 가는 게 좋다.’
그래도 저는 다행히 물건도 되찾고,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저의 물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처럼 안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모두들 물건 간수를 잘하셔서 저처럼 이런 경험을 안 하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겪는 분들이 생긴다면....
‘생각보다 절도사건을 해결하고, 피의자를 검거하는 일은 긴 싸움이 될 테니... 그 시간 동안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조금은 긴 호흡으로 기다려야 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