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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Sep 21. 2021

묘연이라는게 정말 있을까?

유기묘 카페에서 만난 아이들


어린시절부터 꼬물꼬물 살아숨쉬는 동물이 좋았다. 

병아리, 도룡뇽, 거북이, 토끼, 강아지 등등 내가 키울 수 있는 동물들은 항상 곁에 두고 싶어했다. 

현재도 본가에 있지만, 우리 귀염둥이 강아지 토리랑 7년을 동거했다. 

그래서 반려인으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토리의 경우 꼭 하루에 2번씩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집에서는 볼 일을 보지 않기 때문에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아이는 대소변을 하루종일 참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도 자유롭지 못하고, 산책 후 발도 닦여야 하고 산책을 많이 하는 강아지이기 때문에 목욕도 거를 수 없다. 



사람과는 다른 그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있다. 우리 토리를 데려오고 나서 강아지의 습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심지어 논문도 찾아보고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강아지, 그리고 고양이에 나는 계속 관심이 갔다. 특히 고양이는 그 눈이 항상 신비로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고양이가 지금처럼 반려동물로 흔하지 않을때 부터 나는 고양이가 좋았던 것 같다. 


유투브나 인스타에서 보면 고양이에게 간택당했다는 얘기들을 한다. 사람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이고, 고양이가 주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와 나와의 연인 묘연이 닿아 가족이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유기묘 공고를 보거나 또는 길에 있는 아이를 봤는데, 집에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 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묘연이라는 것이 있을까? 


인스타에서 나는 주로 고양이 영상을 본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옆에 두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든다. 요즘은 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 유기묘 임시보호 요청 글이나 입양글도 자주 본다.


'이 아이는 이런 사연이 있구나...'

'딱하다...'

'보호가 필요하겠구나 ㅠㅠ'


그런 생각들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공고글을 보면서도 묘연을 느낀다고 한다. 그건 과연 어떤 느낌인걸까? 

 


내가 보는 공고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나는 주로 하얀색 털을 가졌거나, 아주 밝은 회색, 크림색, 또는 치즈색의 고양이들을 주로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고양이들을 보면 더 마음이 가고, 예쁘다고 생각하고, 만져보고 싶고 더 잘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도도한 아이들 보다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손길을 원하는 그런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혹시 그 묘연이라는 것은.... 취향을 다르게 표현한건 아닐까....?

간택으로 인한 묘연은 뭘까? 


간택은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요구하거나, 와서 애교를 부리거나 따라오면 고양이를 데려오는 경우다. 고양이들에게도 취향이 있는거 아닐까,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냄새에서 편안함이나 안정감을 느끼는게 아닐까. 


묘연이라는 것이 정말 뭔가 특별하거나 하늘이 이어준 그런 연이라기 보다는 고양이의 취향과 사람의 취향이 만나, 가족의 인연까지 발전된 것이 아닐까.



묘연이라는 것이 특별하지 않으면 어떤가. 사람과의 인연도 그런거 아닐까. 너와 내가 가치관이 비슷하고 너의 외모가 내가 좋아하는 외모이고 너도 나와 같다면 그들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다.


하늘이 이어준 연이 아니더라도 너와 취향과 나의 취향이 맞아 떨어지는 것 또한 아주 낮은 확률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영화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사가 나온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마음에 있는 외로움이라는 구멍을 이 고양이가 채워줄거에요."


우리는 다 나약하다. 고양이는 깨끗하게 쉴 수 있는 장소와 건강한 먹을거리가 필요하고, 사람들은 마음에 외로움이라는 구멍으로 힘들어 한다. 


취향에 맞는 생명체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서 사랑을 주고 받으며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그게 인연이고 묘연이고, 너와 내가 가족이 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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