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자입니다.

by 아흥행홍항

나는 사자입니다.

처음엔 주위에서 사자라고 하니

아 나는 사자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힘이 세고 입이 세서

만나는 것들을 물어죽이고

씹어 죽였습니다.


나는 힘이 있어서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멋져 보이고

쎄 보이고

그게 나 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으면서

자주 죽음을 겪으면서


사는 걸

함께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것도

너무 사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려고 하면


안돼! 곧 끝날거야 하고

마음을 물어 뜯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거나

진심으로 대해 준사람들을


물어뜯고 상처 주었습니다.


나는 사자입니다.

그런데 나는 사실 물어뜯거나 죽여버리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합니다.

작고 귀여운 것을

백개 천개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모은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게

왜 사자이면서 이것도 못하느냐

왜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느냐

끝없이 요구해 댔지만

사실 그런것에 흥미는 없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그냥 내 화를 못 이겨

상처를 준 것 뿐 그것은

어리석고 어린이의 모습일 뿐이라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게 되지요.


그것은 멋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람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자는 멋있고 뛰어난데

나는 그냥 평범했기 때문이지요.


다람쥐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이해 되었습니다.

나는 본디

그런 것이었던 거야 하고


다만 성격이 조금 사납고

목소리가 큰 다람쥐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내가 집착하던 작고 귀여운 것들을

모으는 일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건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이었어요.

겉모습은 사자지만

내 속은

내 진짜는 다람쥐였던 거에요!


나는 멋져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면

나는 다람쥐기 때문이지요.

나는 귀여우면 됩니다!

맞아요!

멋진 것도 좋지만 귀여운 것도 좋지요!

나는 귀염상입니다.


작은 것들을 밟아 죽이는 일은,

물어 죽이는 일은 매우 간단하고

빠르고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지키는 것은 아주 어렵지요.


사랑은 지켜주는 것이라는 걸

나는 깨달았어요.


사실 그것은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나는 쉬운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하기로 선택하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난 이를 드러내서도

뾰족하게 날이 서있는 앞발을 들어서도 안돼지요.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나로서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나의 본성은 왜 이렇게 태어나서 나를 괴롭히는 것인가


본성이 선하고, 부드럽고, 유했다면

이렇게 괴롭지 않을 텐데

물어뜯고, 할퀴고, 눌러버리는 본성을 갖고 태어난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에요.


세상에 그런 것들만 가득하면 될 텐데

왜 세상은 제각각이지요?


세상에 온순하고, 부드러운 것들로만 가득하면 될 텐데

왜 나같이 사납고 포악한 것이 있느냐는 말이에요.


사납고 포악하게 태어났으면

극단적으로 사납고 포악하면 칭찬을 받을 일인데

어째서 나는 내 사납고 포악한 것을 칭찬받지 못하고

내 성정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느냐는 말이에요.


아참!

나는 다람쥐였지.

나는 다람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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