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빕니다 <부산행>

by KIM작가

《부산행》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좀비 영화란다. 7월 20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이미 진작부터 선 개봉되어 입소문을 탄 영화였다. 대작이다, 진짜 재밌는 영화다 말들이 많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러 갔다. 역시 선 개봉이 무서웠다. 개봉한 첫날 저녁 7시 55분 영화였는데 전 시간대는 이미 매진이었고, 내가 보는 시간대 역시 A열 까지 사람들이 꽉꽉 들어찼다. 일단 드는 생각은 “이 영화 시기를 참 잘 탔다”였다. 영화관은 준성수기 시즌인 데다 요즈음 가족들과 함께 볼만한 괜찮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물살을 잘만 타면 아마 여름 내내 영화관에서 부산행이 상영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잡담은 이즈음 해두고 영화 내에서 부산행으로 달리는 기차 내부로 들어가 보자. 첫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트럭에 치여 죽은 고라니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벌떡 일어서는 장면으로 이 영화가 ‘좀비’ 영화임을 각인시킨다. 부인과 이혼소송을 준비하며 혼자서 딸을 키우는 석우(공유)는 펀드 매니저이다. 항상 회사 일에 치여 아이는 할머니에게 맡겨두는 무심한 아빠이다. 생일을 맞이한 딸은 생일선물로 엄마가 있는 부산에 데려다 달라고 하고 함께 부산행 KTX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기 전 탑승한 낯선 여자. 몸을 심하게 뒤틀면서 기차 칸을 옮겨 다니다 급기야 발작하기 시작한다. 발작하는 여자를 발견한 승무원은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다가서는데, 좀비로 변하고 있던 여자에게 물어 뜯겨 좀비로 변한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열차 칸을 무자비하게 뚫고 지나가며 탑승객들을 좀비로 만들어 버리기 시작한다. 승무원을 도와주러 왔던 또 다른 승무원이 황급히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최대한 뒤 칸으로 대피시킨다. 화장실이 급해 앞 칸으로 옮겨갔던 석우의 딸 수안(김수안)은 한두 명씩 몰려오는 좀비 떼를 보고 놀라고 마침 찾으러 왔던 석우가 급하게 안고 뒤 칸으로 달려간다. 또 다른 칸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던 성경(정유미)과 상화(마동석)도 달려드는 좀비들을 피해 뒤 칸으로 도망친다. 성경과 상화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도 문을 닫아버린 석우는 겨우 문을 열고 들어온 상화와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른 생존자들과 고등학교 야구부 영국(최우식)과 그의 여자친구 진희(안소희)도 함께 피신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차는 목적지인 부산이 아닌 대전까지만 운행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기차가 멈춰 선다. 이미 다른 도시들도 좀비로 인해 폐쇄된 상태. 주식 때문에 자신에게 연락하는 일명 ‘개미’들 중 대전에서 군인으로 있는 지인에게 연락하고 그에게서 다른 문으로 빠져나오면 격리하지 않고 빼내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그러나 대전역에 있던 군인들 역시 좀비가 되어 생존자들을 맞이하고, 결국 이들은 다시 기차로 도망가야 하는 신세가 된다.

대전역에서 상화의 도움으로 좀비 소굴에서 빠져나와 기차에 겨우 탑승한 석우. 그나마 생존해 있던 사람들마저도 대전역에서 좀비가 되어 버리고, 상화와 석우 그리고 영국은 안전한 칸에서 네 칸이나 떨어진 곳에 탑승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성경과 수안, 함께 도망치던 노숙자와 할머니 네 명이, 똑같이 안전 칸이 아닌 다른 칸 화장실에 숨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좀비들을 물리치고 칸을 옮겨가야 하는데, 그들은 과연 모두 안전하게 안전 칸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대외적으로는 ‘좀비’라는 컨셉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인간들을 추악한 ‘이기심’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영화 초반부에 수안에게 계속해서 “나 혼자, 내가 먼저”라고 가르치던 석우는 좀비들을 물리치고 넘어간 안전 칸에서, 다른 생존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자신이 그토록 믿던 ‘나 혼자 살아야 한다’인 것을 보고 좌절한다.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니, 다른 칸으로 옮겨 가라고 외치는 사람들 사이를 비참하게 걸어서 다른 칸으로 넘어갈 때에는 좀비들보다 무서운 생존자들의 ‘군중심리’를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영화인 《감기》가 생각났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감염되고, 그로 인해 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사투가 벌어지는 영화가 부산행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질환 ‘메르스’ 사태를 생각해 보라. 지하철 안에서 누구 하나 기침이라도 하면 모든 눈빛이 그 사람에게로 쏠렸지 않은가. 비단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안과 공포에 질린 군중 속에서 타인에게 시선 폭력을 선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적인 요소 보다, 인간의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좀비 영화를 섭렵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를 너무 심각하게 끌어가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조미료처럼 뿌려진 웃음코드 역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극찬하자면, 우리나라 좀비 영화의 대표작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우들 얘기를 해보자면 다들 잘생긴 ‘공유’에 집중했을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정작 이 영화의 하드 캐리는 ‘마동석’이라고. 공유보다 몇 배는 빛나고 멋진 주연이었다! (《감기》에서는 악역이었는데...) 그리고 악역부터 노숙자 역 까지 뭐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다. 좀 어색한 소희의 연기만 빼면. 오랜만에 영화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영화를 봤다. 다 같이 놀라고, 다 같이 탄식하고, 다 같이 감동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부산행, 모두 안전하게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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