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설명하자면 동물들이 사는 서울 같은 곳이다. 동물들의 수도라고나 할까? 동물들의 세대 변화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간의 구분이 없어지고, 자신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모두 모여 사는 동물 사회가 되었더라...라는 토끼와 양의 연극무대로 시작된다. 여기서 토끼는 주인공 ‘주디’.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되고 싶다는 엄청난(?) 꿈을 가진 당찬 토끼이다. 그러나 다들 주디의 꿈을 비웃는다. 작고 귀여운 초식동물인 토끼가 강력범죄자를 소탕하는 경찰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주디의 부모님은 그저 당근농장을 일구면서 여생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주디를 다독인다. 하지만 동네 여우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외려 주디의 꿈은 더욱 커진다.
알다시피 영화 주인공들이 누구인가. 꿈을 꾸면 해내고야 말고 이뤄내고야 만다. 그래야 주인공이지. 그렇고말고. 예상했던 대로 주디는 경찰학교에 합격한다. 육식동물보다 약한 체력을 단련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며, 그것도 무려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광스러운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된다. 그리고 부푼 꿈을 안고 주토피아의 중심지에 있는 경찰서에 근무하기 위해 버니타운을 떠난다.
주디가 주토피아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음악을 듣는 장면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단연 명장면 중 하나로 꼽을 것이다. 기차를 타고 주토피아 중심지에 들어서는 장면에서 나오는 OST “Try Everything”은 음정만으로도 주디의 마음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첫 시작을 준비하는 주디의 설렘과 도전을 멜로디 하나로도 고스란히 전해준다. ‘새들은 그냥 나는 게 아냐, 떨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거야… 난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모든 것을 해보고 싶어’ 이 노래는 주토피아 최고의 스타인 초식동물 가젤이 부른 노래이다. 몇 번 나오지 않지만 노래 하나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동물이다. 찾다 보니 진짜 톰슨가젤이라는 동물이 있고 거기서 따온 이름인 듯했다. 가젤(Gazelle)이라는 이름은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아름다운, 우아한’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감독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이름의 의미 그대로 그녀(?)는 우아하고 아름답게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경찰서에 첫 출근을 하게 되지만, 강력범죄를 소탕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주차 딱지를 끊는 신세가 된다.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초식동물 거기다 덩치 작은 토끼라는 이미지는 극복하지 못한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주차 딱지를 끊으러 다니는 주디. 그러다 우연히 사기꾼 여우 ‘닉’을 만나면서, 주토피아에서의 생활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릴 적 당한 일로 여우에게 편견이 있는 주디와 여우가 가진 이미지 때문에 친구들에게 상처받은 과거가 있는 닉은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궁극의 케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둘은 실종된 수달을 찾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강력범죄를 함께 수사하게 된다. 여기서 나오는 두 번째 명장면. 바로 포유류 차량국에서 일하는 닉의 친구 나무늘보 ‘플래시’를 만나는 장면이다. 나무늘보 특유의 느릿한 이미지를 잘 살려 단 한 번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플래시는 극 중 단연 최고로 꼽히는 웃음 포인트를 보여준다.
당연히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당연하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사실이다. 타깃은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지만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영화를 보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이건 애니메이션이 아니야”였다. 그만큼 대단했다. 동물에 대한 특징과 상상력, 이야기의 전개와 마지막 반전까지. 뭐하나 놓칠 것이 없다. 그리고 주인공이 토끼라서 좀 더 감정 이입을 했는지도 모른다. 주디가 버니랜드를 떠나 기차를 타고 주토피아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더랬다. (참고로 나는 토끼띠. 조금이라도 관련 있으면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는 습관이 있음) 주인공 주디가 “나 같고, 나일 것 같고, 그리고 나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동화의 특징은 ‘교훈’ 아니던가. 주토피아는 어른인 내게도 눈물을 훔치게 하고 교훈을 주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유치 찬란하던 과거의 만화영화들은 다 어디 갔는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초식동물, 육식동물에 대한 편견처럼 어쩌면 동화나 만화에 대한 내 편견이었는지도 모른다.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한 만화영화였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득 찬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