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색에 물들다
과나후아토(Guanajuato). 멕시코 중앙 고원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스페인의 식민 지배 시기인 16세기 은광이 개발되면서 세계 최대 은 생산지로 번영을 누렸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과 다양한 문화 예술 유산은 모두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중세도시의 흔적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보존되고 있다.
과나후아토는 형형색색의 색감을 자랑한다. 하늘이 맑게 갠 날, 그 진가가 드러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손에 잡힐 것 같은 구름,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조약돌이 깔려있는 골목을 누비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흥겨운 리듬과 사랑의 세레나데가 밤의 풍경을, 따가운 햇살에 반사되는 곱고 화려한 색감이 낮의 풍경을 이룬다.
수로를 개조하여 만든 지하도와 터널은 과나후아토만의 독특한 도로 체계를 보여준다. 식민 지배 시절 홍수와 산사태를 방지하려는 용도로 수로가 지어졌으나 이제는 구시가지의 복잡한 교통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 외곽의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과나후아토 시내로 진입할 때도 지하 터널을 통하게 된다. 시내를 걷다 보면 지상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터널 입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로 사정이 복잡한 탓에 지하 도로에 주차해 놓은 차들도 많다. 지하에 차가 몰려다니는 데다 연식이 좀 된 차가 많아 그런지 매캐한 매연이 목을 찌른다.
과나후아토에선 해마다 에스파냐의 작가 세르반테스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돈 키호테 박물관도 시내에 있다. 라 만차를 배경으로 한 늙은 기사의 모험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박물관에는 다양한 회화와 조각, 삽화, 스케치 들이 전시되어 있다. 돈 키호테에 넋이 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안에 머무른다. 소설 『돈 키호테』는 어린 시절 학생용 책으로 읽은 기억밖에 없다. 여행이 끝나면 꼭 완역된 『돈 키호테』를 사서 읽어 보리라 마음먹는다.
로맨틱한 정서를 물씬 풍기는 거리. 화려한 조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연인과 함께 걷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까 싶다. 어디에 시선을 두더라도 눈이 즐겁다. 발걸음이 절로 더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밤이 되면 한층 더 낭만적인 풍경으로 변한다.
밤이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세레나데가 울려 퍼지는 축제의 현장과 대조를 이룬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