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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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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Apr 21. 2020

강아지의 온기

꿈의 기록_온몸으로 전해지던 촉감

1

희망이와 소망이, 두 아이가 꿈에 나왔다(엄마 집에 있는 몰티즈다). 이들과 나는 집안 거실에서 한데 어울려 놀고 있다. 나는 쭈그려 앉아 왼손으로 희망이 배를 감싸고 오른손으로 소망이를 감싼 채 품에 안고 입을 맞춘다. 소망이는 혀를 날름거리며 기회만 있으면 희망이 얼굴을 핥으려 한다. 그럴 때마다 희망이는 입을 씰룩거리며 으르렁거린다. 그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둘의 얼굴을 가까이 붙여 놓다가 희망이가 입을 씰룩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떼어놓기를 반복한다.  


2

또 다른 상황. 마찬가지로 집안 거실에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얘 좀 봐봐" 하며 나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길고 날렵한 몸매의 또 다른 개 한 마리가 바로 내 곁에 있었는데 그 개는 상체를 꼿꼿이 세운 정도가 아니라 100도 정도로 완전히 젖힌 채 앉아 있다. 근위병을 떠올리게 할 만한 근엄한 자세로 보란 듯이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왠지 안쓰럽기도 하다. 나는 그 개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허리를 굳이 이렇게 세우고 앉아 있을 필요 없어. 너한테 무리가 갈 뿐이야. 편하게 앉아 있어. 알았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개는 경직된 자세를 풀고 편한 자세로 돌아간다. 


3

엄마가 식사를 준비하던 와중에 그런 것인지 국에서 튄 자국들이 바닥에도 가스레인지 주변에도 보인다. 나는 그 얼룩들을 보이는 족족 닦아낸다. 


4

아침에 일어났는데 할 일을 생각하며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낀다. 시계를 보니 나가야 할 시간이 임박해 있다.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한다. 지난번에도 이맘때 일어났을 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충분히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처럼 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땐 이 시간에 일어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너무 늦게 일어난 것이다. 좀 더 일찍 일어나야 글을 쓸 수 있는데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오전 시간을 망치고 말았다.


5

나는 어느 친구네 집에 있다(현실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친구 외에 모르는 사람(A라고 하자)이 한 명 더 있다. A가 친구의 만화에 대해 면전에서 날 선 비평을 한다. 


"다 괜찮은데 결말이 그런 식이면 안 되는 거 아냐?" 


A는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며 그 이야기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끝맺음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친구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A가 가버린 뒤 그가 완전히 오독하고 있다며 내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 정색하고 반론을 펼 필요는 없으며 방금처럼 대처하면 충분하다고 친구를 다독인다. 그러면서 나는 묻는다. 


"너는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거지?"


그는 맞다고 대꾸한다. 나는 머릿속에 윤태호 작가의 <야후>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묻는다. 


"그러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윤태호 작가인가?"


친구는 웃으며 아니라고,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이름을 말한다. 나는 속으로 그림체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다. 조금 전에 볼일을 봤는데 왜 또 마려운 걸까 하고 생각하며 변기를 봤더니 특이하게 생긴 구조로 되어 있다. KTX 열차 안 화장실의 변기와 유사한 형태인데 너무 지저분해서 볼일을 볼 마음이 사라진다.  


6

다시 집으로 장면이 전환되어 밤중에 잠을 자려 하는데 동생이 곁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끔찍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신의 꿈 이야기였던가? 어둠 속에서 그 이야기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 소름이 끼친다. 좀처럼 잠을 이루기 힘들다. 강아지를 좀 끌어안고 있으면 나으려나, 그런 생각도 든다. 그 직후인가 아니면 장면이 바뀐 것일까. 예전에 함께 살았으나 지금은 세상에 없는, 요크셔테리어 사랑이가 보인다. 사랑이가 뒤에서 마치 사람처럼 내 다리에 매달린다. 보드라운 감촉에서 온기와 애틋한 감정이 전해진다. 나는 돌아서서 사랑이를 꼭 끌어안고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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