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

감정평가사의 전문성에 관하여

by 양파로야구

감정평가사의 ‘가격감’이란 무엇인가

건축학과 재학 시절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공간감’이었다. 감정평가 업계에 들어온 이후에는 ‘가격감’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듣는다. 전문가란 흔히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일종의 여섯 번째 감각, 즉 육감을 지닌 존재로 설명된다.


한편, 실제 경험상 자신의 부동산 시장가치가 얼마인지 전혀 모른 채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경우는 드물다. 시장가치는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형성하는 것이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감정평가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평가의 필요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시장 참여자의 이익 극대화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있다. 시장 참여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가치의 ‘점’이 아니라 상한과 하한의 범위를 필요로 한다. 대표적인 예가 담보평가다. 아무리 부동산에 정통한 이해관계자라 하더라도, 담보가치처럼 시장가치의 하한을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정평가사의 역할이 발생한다.


가격감의 본질: 시장가치의 상한과 하한을 판단하는 능력

앞서 언급한 감정평가사의 육감, 즉 가격감은 단순한 직관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감정평가사의 가격감이란 시장가치의 상한과 하한을 판단하는 전문가적 감각이다.


시장가치의 상한과 하한은 단순히 매도인이 부르는 최고 호가나 매수인이 제시하는 최저 호가와 다르다. 높게 부른다고 상한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낮게 부른다고 하한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매도인과 매수인 어느 한쪽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영역이 아니라, 양 당사자가 모두 이익을 전제한 상태에서 거래가 성립될 수 있는 가격 범위를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로 설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시장가치의 상·하한 판단은 동적 소통과 균형의 영역이다.


감정평가사가 고려하는 것들

시장가치의 상한과 하한을 판단하기 위해 감정평가사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기준시점 현재 인근 부동산의 거래가격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가치 변동 가능성

해당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적인 세금 신분

부동산 활동에 수반되는 각종 비용과 그 지출의 효율성

부동산의 수익성과 그 지속 가능성

주식·채권 등 대체 투자자산의 수익성

금리, 실업률,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흐름

나아가 인간과 시장의 비합리성까지 포함한 시나리오


이처럼 현실 경제를 전체적·입체적으로 바라본 뒤, 발생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의 극한을 지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장가치의 상한과 하한이며 감정평가사의 가격감이다.


담보가치 사례로 본 가격감

담보가치를 예로 들면, 담보가치는 매도인 입장에서는 출품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시장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수용하는 금액이다. 반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짧아진 출품기간만큼 정보 수집을 포기하고, 그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하려는 의사가 반영된 금액이다.


감정평가사는 대상물건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출품기간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수치화하고, 이를 시장가치에서 공제함으로써 담보가치를 산정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시간·위험·정보의 가치를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행위다.


AVM과 감정평가사의 역할

최근 AVM(자동평가모형)의 등장으로 감정평가사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VM은 분명히 뛰어난 도구이며, 논리가 중심이 되는 감정평가 업무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 의사결정의 경계, 그리고 시장가치의 극한을 지적하는 영역까지 AVM의 논리가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감정평가사의 육감이 섞인 가격 판단, 즉 시장가치의 상한과 하한을 설정하는 역할은 아직까지 기술로 완전히 환원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론

감정평가사의 가격감은 막연한 직관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 경제와 인간의 행동을 전제로 시장가치의 범위를 설정하는 전문적 판단 능력이다. AVM이 논리를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이러한 가격감의 의미와 역할은 오히려 더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중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