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같이 망한다면, 망한 건 아냐!

과세표준에 대한 고찰

by 양파로야구

. 서론 : 과세라는 침익적 처분과 납세자의 상대적 박탈감


“모두 같이 망한다면, 망한 건 아냐!”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벌칙으로 야외취침이 예정되자 불만을 감추지 못하던 출연자가, 이후 모든 출연진이 동일한 처지에 놓이자 오히려 안도하는 장면은 대중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개인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불리함이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상대화되자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완화된 것이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회 구성원이 인식하는 침익은 절대적 크기보다 상대적 위치와 비교 구조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특히 대표적인 침익적 행위인 과세에 있어서는, 세부담의 절댓값 못지않게 누가,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부담하는가가 공정성 인식의 핵심을 이룬다. 즉, 과세의 공정성은 “얼마를 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 대상들이 서로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과세되고 있는가”의 문제다.


우리나라 재산세 과세제도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지방세법」 제4조에 따르면 재산세 과세표준은 국가가 정한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하며, 이 시가표준액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상 정상적인 시장에서 통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격, 즉 적정가격을 의미한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이는 매우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기준이다.


시장이라는 집합적 판단에 과세표준을 맡긴다면, 이론적으로 그보다 더 공평한 잣대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이상적인 원칙이 현실의 개별 사례 속에서 항상 일관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과세는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물건과 개별 상황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긴장은 위법소득 과세라는 영역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법원은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위법하게 취득한 소득이라 하더라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위법소득을 비과세할 경우, 오히려 적법소득을 취득한 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져 조세 정의에 반한다는 취지다.


이 법리를 전제로 한다면, 허용용적률을 초과하여 대지지분 없이 불법 증축된 공동주택 역시 재산세 과세 대상이 되며, 이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이 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불법 증축 공동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산정의 구체적 기준인 「미공시 공동주택 시가표준액 조사·산정 기준」 제18조는, 대지지분이 없는 경우 건물 부분만의 적정가격을 조사·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현실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인근의 유사한 공간과 비교할 때, 해당 불법 증축 부분이 제공하는 실질적인 공간 효용의 시장가치가 약 1억 원 수준이라고 하자. 이를 구성요소별로 나누면, 토지를 불법으로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치가 5,000만 원, 건물 자체의 가치가 2,000만 원이며, 여기에 두 요소가 결합됨으로써 발생하는 공간 시너지가 더해져 시장에서는 약 1억 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전체 공간의 가치는 ‘토지 불법 이용 가치 + 건물 가치 + 결합 가치’로 형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산정 기준에 따라 토지 불법 이용의 가치와 그 시너지를 전면 배제하고 건물 부분만을 과세표준으로 삼을 경우, 과세표준은 2,000만 원에 그치게 된다. 그 결과, 공간 시너지와 토지 불법 이용에서 발생한 상당한 경제적 가치가 과세표준에서 완전히 탈락한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단순한 평가기술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해진다.


해당 불법 증축은 허용용적률을 초과하여 토지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한 위법소득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산정 방식은 건물에서 발생한 소득만 과세하고, 토지 이용을 통해 발생한 위법소득은 과세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즉, 동일하게 과세 대상인 경제적 이익임에도 불구하고, 과세 여부가 제도적 분해 방식에 따라 인위적으로 갈라지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위법소득도 과세해야 한다”는 확립된 법리와 정면으로 충돌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위법소득을 부분적으로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불법 증축 공간이 임대차의 목적물로 활용되며, 임대료를 기준으로 한 수익가치는 정상적인 주거·업무 공간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과세표준은 시장에서 인식되는 가치의 극히 일부만 반영된다.


그 결과, 유사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산정 방식에 따라 과세 부담이 현저히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과세 부담의 절댓값 문제라기보다, 납세자 간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는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모두 같이 망하면 망한 게 아니다”라는 인식 구조가 다시 소환된다. 사람들은 세금이 많아서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타인이 자신보다 현저히 적게 부담할 때 불공정을 느낀다.


이제 논의의 초점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현실 속에서, ‘적정가격’이라는 단일한 가격 개념만으로 과세표준의 공평성과 합리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공간 효용·수익 창출 능력·위법 토지 이용에서 발생한 결합 가치와 같은 요소들을 포착하지 못하는 과세표준이, 납세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관리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하는 한, 과세표준은 이론적으로는 시장가치를 표방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지속적으로 잠식할 수밖에 없다.


Ⅱ. 본론 : 감정평가 관점에서의 공평한 과세표준

1. 가치기준의 확장 필요성

앞서 과세표준 제도에서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납세자 간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것임을 전제하였다. 그러나 현행 과세표준의 기준가치인 ‘적정가격’은,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현실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이미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보다 근본적인 지점으로 이동한다.


공평한 과세표준이란 과연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이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가격에 반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5년 전 한 지역의 상가를 10억 원에 분양받은 A씨가 있다고 하자. A씨는 분양가를 기준으로 최소 10억 원, 나아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2억 원 정도의 매도가격을 기대한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B씨는 그 상가가 2년째 공실 상태이며, 현재 시장에서는 2억 원에도 매수자가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결국 A씨는 2억 원에 상가를 처분하게 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시장은 원가나 과거의 분양가보다, 현재와 미래의 수익성에 관한 정보를 가격 형성의 핵심 변수로 삼는다. 매수인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에 지었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를 벌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감정평가는 대상 물건의 특성과 시장 여건에 따라 ① 원가방식, ② 비교방식, ③ 수익방식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그중 가장 시장에 부합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평가액을 결정한다.


현행 제도에서 과세표준의 기준가치는 ‘적정가격’이다. 적정가격이란 대상 부동산의 최유효이용을 전제로 산정되는 가치로, 간단히 말해 해당 부동산에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용 상태에서의 가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최유효이용에서 말하는 ‘최고의 가치’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단순한 거래금액이나 수익이 아니라, 거래 또는 운용을 통해 획득 가능한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되는 가치다.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원가와 비용, 투자 방식, 그 결과로 발생하는 수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적정가격은 최유효이용을 전제로 하지만, 동시에 나지상정평가라는 또 다른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적정가격은 현실의 현황을 기준으로 한 최고 가치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다.

이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복합부동산 A가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A가 나지라면, 1,000원의 건축비용으로 2,00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 경우 이익은 1,000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A에는 이미 노후 건물이 존재한다. 철거 외의 어떤 방식으로도 2,000원의 수익은 달성할 수 없고, 다만 700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투입하면 1,80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이익은 1,100원이 된다.


이때 실질적인 최유효이용은 나지상정에 따른 재개발이 아니라, 현황을 전제로 한 리모델링이다.


즉, 현실의 초기 부존자원을 활용한 운용이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지상정을 전제로 한 적정가격은, 이러한 현황 기반의 최고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한편, 세법상 과세는 원칙적으로 현황과세를 기준으로 한다.


「지방세법」 제4조는 나지상정을 전제로 산정된 적정가격을 시가표준액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 적정가격과 시가표준액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지상정에 따른 최유효이용 분석과 개량물이 존재하는 복합부동산의 최유효이용 분석은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적정가격은 현황 기준 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 되기 어렵다.


이 문제는 특히 수익성 부동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익성 부동산은 임대차 계약을 통해 공간이 거래되고, 그 결과인 임대료가 비교적 짧은 주기로 반복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자산이다.


이러한 부동산의 실질 가치를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서는 원가방식이나 비교방식만으로는 부족하며,

수익방식에 의한 평가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현행 과세표준 논의는 ‘적정가격’이라는 단일한 가격 개념에 머물러 있으나, 수익성 부동산의 경우에는 회계기준에서 사용하는 공정가치 개념까지 포함하여 가치기준 자체를 확장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요컨대, 과세표준의 공평성은 절대적 가격이 아니라 상대적 비교 구조에서 형성되며, 현행 적정가격 개념은 최유효이용과 현황과세 사이에서 구조적 긴장을 내포하고 있고, 특히 수익성 부동산에 대해서는 단일한 평가방식이나 가격 개념으로는 실질 가치를 포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평한 과세표준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적정가격이라는 단일 기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부동산의 성격에 따라 가치 인식의 틀 자체를 확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2. 과세표준의 구간추정 필요성

3방식 병용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나, 지면 관계상 이를 생략하고 공평한 과세표준을 위한 다음 이슈로 과세표준의 구간추정 필요성을 살펴본다.


구간추정이란 감정평가액을 ‘1억 원’과 같은 단일한 점(point)으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1억 원 ~ 1억 5천만 원’과 같은 가치의 범위(range)로 추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가치의 본질을 고려하면, 구간추정은 예외적인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접근이다. 부동산의 가치는 거래·협상·결정이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며, 이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확률론적 불확실성(위험이 아닌 불확실성)이 내재한다. 따라서 감정평가 이론상 최유효이용 가치는 본질적으로 단일한 값이 아니라 구간으로 도출되는 것이 타당하다.


과세표준의 구간추정은 이론적 정합성보다도 실무적 측면에서의 효용이 더욱 크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납세자의 신뢰도 제고이다.


구간추정은 최저값과 최고값의 격차에 대한 합리성 검토 과정을 전제로 하므로, 과세표준 산정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설명될 수 있다.


둘째, 지자체 과표 결정권의 실질적 구체화이다.


추정된 구간 내에서 과세표준을 결정하도록 하면, 추상적으로 부여된 과표 결정권이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행사되도록 구조화할 수 있다.


셋째, 세부담 완충 기능이다.


탄력성이 낮은 세율을 대신하여, 과세표준 자체를 통해 급격한 시장 변화에 따른 세부담의 급증·급감을 조정하는 완충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예컨대, 부동산 A에 대한 3방식 평가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과세표준은 10억 원에서 11억 원 사이의 구간으로 도출된다.


만약 사회적으로 합의된 합리성 기준을 ±10%로 설정한다면, 상한(11억 원)과 하한(10억 원)의 차이는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므로, 각 평가방식의 결과는 상호 간에 합리적으로 지지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구간의 폭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충족한다면, 과세표준은 단일한 값보다 오히려 더 높은 신뢰도를 갖게 된다.


이 논리를 과세 실무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형성된다.


과세표준은 예측가능성이 확보된 구간(예: 10억~11억 원)으로 제시되고, 지자체는 그 범위 내에서 최종 과표를 결정하며, 그 결과 과표 결정권은 자의성이 아니라 합리적 재량으로 구체화된다.


이는 세율 조정 없이도 세수를 신축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급격한 시장 변동에 따른 세부담 변화를 흡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 3방식에 의한 시산가액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구간추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추가적인 전문적 검증을 거쳐 특정 방식에 의한 가액을 채택할 수 있다.


예컨대, 한 물류센터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하자.

원가방식과 수익방식 간 시산가액 격차는 약 2배에 달한다.


그러나 해당 평가 시점은 코로나로 인해 물류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고, 이러한 시장 환경과 불확실성은 수익방식에는 반영되었으나, 원가방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사는 대상 물건의 성격상 수익방식이 시장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고 판단하여, 수익방식에 근접한 가액을 최종 평가액으로 결정하였다.


요컨대, 가치는 본질적으로 구간적 개념이며, 과세표준을 구간으로 추정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합리적이고, 구간추정은 납세자의 신뢰를 높이고, 지자체의 과표 결정권을 구조화하며, 세율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아울러, 구간이 과도하게 넓어질 경우에는 전문적 판단에 따라 특정 평가방식을 선택하는 예외 구조를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Ⅲ. 결론 : 세무행정상 「결론」과 「결정」의 차이


「결론」과 「결정」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결론이란 일정한 전제와 분석 방법을 바탕으로 연구자나 전문가가 도출한 논리적 결과에 불과하다. 전제와 방법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결론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반면, 결정이란 복수의 결론을 검토한 뒤, 정책적 책임과 재량을 수반하여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다. 따라서 결론은 결정의 근거일 수는 있으나, 그 자체로 결정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세행정은 이 두 개념을 명확히 분리하여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세 과세표준 결정 구조다.


형식적으로 지방세의 과세권자는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과세표준과 관련된 결정 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과세권이 명목적 권한에 머무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방세 과세표준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대부분 중앙정부에 의해 산출된다.

국토교통부는 토지 시가표준액의 핵심 요소인 표준지 공시지가와 가격비준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고, 행정안전부는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핵심 요소인 신축가격기준액을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한다.


이러한 값들은 본래 하나의 분석 결과, 즉 ‘결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단체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과세표준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과표 결정권은 실질적 재량이 없는 형식적 승인권으로 축소된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전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행정력·전문성 격차를 고려할 때, 과세표준 관련 데이터를 중앙에서 종합·분석하고 그 결과를 지자체에 제공하는 방식은 효율성 측면에서 충분히 타당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결론이 반드시 ‘단일한 점추정’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3방식 병용은 가치 판단의 편향을 완화하고, 구간추정은 불확실성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지자체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과표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즉, 중앙정부는 ‘결론’을 제시하되, 그 결론을 복수의 가능성을 포함한 형태(구간·범위)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3방식 병용과 구간추정은 단순한 평가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지방자치단체의 과세자주권을 실질화하는 제도적 장치다.


중앙정부는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결론의 영역을 담당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여건과 정책 판단을 반영하여 결정의 영역을 담당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지방시대’를 표방하는 현재의 정책 기조 하에서, 지방세 과세표준 결정 방식은 원점부터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과세표준이 더 이상 중앙정부의 단일한 결론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현실과 책임 있는 판단이 반영되는 진정한 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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