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le Sep 30. 2015

몽골, 하늘이 만나는 땅 10.

8월 11일. 테를지, 하염없이 요정을 찾던 숲


거북바위 혹은 테를지 호텔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이를 따라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만 의지하고 있다. 공원이 시작된 창밖에서 지나치는 바위가 다 거북바위인지 의심스럽고, 저 멀리 조금만 큰 건물이 나오면 테를지 호텔이 저 색깔이었던 것 같다며, 더 볼 수도 없는 각도로 창문 밖을 향해 목근육에 경련이 나도록 고개를 비틀어 본다. 문이 열릴 때마다 그때를 놓친 것 같아 불안하지만 두세 명의 현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편안한 마음에 다시 위안을 해본다. 외국인들과, 몇 한국인들의 동태를 살핀다.


고민할 것도 없이 거북바위는  보자마자 거북바위이다. 작은 머리바위, 큰 몸바위, 뒷다리바위 모두 영락없다. 하지만 현지인 둘셋만 내리고 만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계속 눈치만 보고 있다. 이제까지 의심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호텔이 등장해 환호를 질렀지만, 역시 현지인 한둘밖에 미동이 없자 멈칫. 하지만 에이 어때 하며 훅 내렸다. 막상 내리긴 내렸지만 막막함에 버스가 간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간다. 서로를 위안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의심하다 목적지 Sol Camp가 빤히 보여 소리를 질렀다. 완벽하지 않던 준비에서 얻은 탐험의 쾌감순간! 고생해야 찾을 줄 알던 솔캠프가 이렇게 테를지 호텔 바로 옆에 있다. 모든 정보가 검색 한방으로 튀어나오는 유명 동남아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정보 부족을 느꼈다. 여행 막바지지만 이제야  '배낭'여행하는 기분이라며 웃는다. 관광객으로 개발되지 않은 땅 몽골, 언제나 느끼지만 이대로만 같아라.


울란바타르2 호텔 뒤쪽으로 나있는 다리를 건너 강을 끼고 있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 말 트래킹을 하면 오게 되는 곳인 이곳은, 몽골인들에게도 엄청난 휴양지인 듯하다. 발가벗고 수영하는 아이들, 딸을 목욕시키는 아주머니, MT 온 듯 한 청년무리들은 손에 음료를 한 아름 안고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렇게 맑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원한 강물은 오랜만이다. 어서 운동화를 벗어젖히고 강에 들어가고 싶다. 한국이라면 청평계곡만큼 사람들이 득실거릴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은 금세 흩어버린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법한 곳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나무 한그루도, 돌 하나도, 산의 모습 하나도, 하늘도 모두 미세하게 달라 요정의 숲 분위기를 낸다. 그리고 가장 무엇보다도, 자연의 소리가 사람들 소리보다 더 가득하기 때문에.


아픈 햇볕 아래서도 발이 시원하니 휴양지가 따로 없다. 큰 수레를 끈 소와, 그 짐 위에 올라탄 현지인 둘이 강을 건너 온다. 물살을 건너는 소의 힘이 꽤나 들어 보이지만, 짐 위에 탄 그들은 아주 신이 났다. 풍경이 예쁜 그 순간, 짐 맨 뒤에 달려있는 저 털 난 무언가. 죽은 염소였다. 그런데 그냥 죽은 염소가 아니다. 두 팔이 뎅강 잘려있는 죽은 염소다. 기겁하는 시늉을 내자 현지인이 염소 팔을 뎅강 잘랐다는 시늉을 하며 웃는다. 아무리 염소 고기를 좋아한다지만, 무슨 고기를 좋아해도 고기일 때가 좋은 것 같다.


저녁을 챙겨먹었다. 고기에 질린 일행과, 야채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채식단. 겨우 발견한 음식점에서 만난 예쁘고 소통되는 주인이,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양배추 샐러드-아직도 무슨 소스를 '사용하지 않아서(아무 소스를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맛을 냈는 지 궁금하다-와 계란 및 야채 볶음밥, 오이 수프. 일행은 몽골에서 이 정도 음식이라면 일주일 내내 고생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며 감탄했다. 최고의 로컬푸드였다.


말 트래킹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나와 일행을 태운 말들이 열심히 걸어! 울타리 처져있는 무리 사이로 돌아친구들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가기 싫니, 미안하기까지 하다. 억지로 끌고 다뤄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서, 초원으로 달린다. 취-취- 하는 여가이드의 리드에 따라 방향을 꺾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말썽꾸러기 두 마리는 계속 떼를 쓰기도 한다.


초원에 들어서 야크를 만났다. 위엄있는 몸채에 위험을 무릎쓰고 다가간다고 생각하지만, 겁이 많다. 말이 무섭다고 이리 저리 피해다니면서 눈치를 본다. 생긴 값좀 해라. 그때, 저 멀리서 들리는 히히힝 소리. 다른 말이 부르나, 직감이 왔다. 그때 함께 대답하는 두 말들. 순간 갑자기 이성을 잃었다. 족쇄를 벗어버리기 위한 큰 몸부림이 일었다. 낙마해서 죽는 상상까지 들 정도. 그런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말 한 마리. 가이드의 위협 소리에 막상 다가오지는 못하고 주위를 맴도는데, 그때 들은 가이드의 서툰 한국어 한마디.

"아빠."


자식 둘을 보고, 아버지를 보고 흥분한 말 세 마리. 그리고 보기 위해 달려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쳐다만 보는 그들. 이후 말썽꾸러기들이 보다 열성적으로 귀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낮은 나무 아래를 일부러 지나가, 위험해 보이는 나뭇가지들에 머리를 수차례 맞는다. 영리하고 괘씸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이별하기 싫은 마음, 이해하고 싶다.


딱 보면 감이 오는 거북바위의 생김새
테를지 호텔 뒤편 강가에서 아이를 목욕시키는 아주머니
나무가 한쪽으로만 자라이는 신기한 테를지 산
자칭 요정의 숲
두 발이 잘려 있던 염소 시체를 태운 수레
점심으로 먹은 채식 위주의 식단
Sol Camp의 고양이와 강아지. 강아지 몸에 묻은 때를 벗겨내주고 있다.
물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야크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크들
"아빠"




매거진의 이전글 몽골, 하늘이 만나는 땅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