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어제 아홉수라는 글을 '발행'했다는 것을 잊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나에게 또 다른 아홉수가 뭐가 있었을까-
나에게 안 좋았던 일이 얼마나 더 많이 있었던가- 되짚어보면서
'맞다, 그거 있었는데'
'그 사건을 빼먹으면 안 되지'
하고 글을 이어적기 위해 금방 이 화면을 켰다.
그런데, 깜빡여야하는 커서가 온데간데 없다. 화면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아홉수의 글을 발행하고 잠에 들었던 나.. 2023년은 더 잘 살겠다고 마무리까지 해놓았다.
이 글은 무슨 우울증이 불러일으키는 기억력 감퇴에 대한 글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나를 트라우마로 휘어감싸고 살고있는지에 대해 놀라 적는 글이다.
안 좋았던 몇 가지 사건을 더 적으러 들어오면서까지
'우울해지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아홉수라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내용도 적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이미 어제 글을 마무리하고 다음을, 아홉수여도 무시하고 살 23년을, 내일을 기대했었다.
과거의 사건을 들추거나 이를 무기로 삼아서 나의 불행을 정당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정리함으로써 별 일 아니었다, 그냥 아홉수였다, 하고 지나가려고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함정에 빠져버렸다.
아홉수로 하루를 살고 있었다.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