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오늘 Mar 22. 2019

결혼 전/후, 나의 두려움은 비슷할까?(1)

결혼을 하기 전, 나의 두려움

결혼을 하기 전, 나의 두려움





여자라서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은 늘 있다.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하게 되면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취업을 하기 전, 영국에서 이벤트 경영 대학원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영국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취업을 하려고 수많은 기업을 두드려봤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 전공으로 취업 비자를 지원해주는 기업을 찾으려고 했지만 하늘의 별따기. 그리고 비자 만료 기간은 다가오는데 이력서를 넣는 곳곳마다 떨어졌고 취업은 되지 않았다. 실패감과 좌절감을 느끼며 그렇게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부산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취업 전쟁이 시작됐다. 부모님은 잘 될 거라는 응원을 늘 해주시며 눈치를 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내 나이 26살. 부모님께 더 이상 손 벌리지 않고 뭐라도 할 나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하루빨리 독립해서 스스로의 삶과 생계를 책임지고 싶었다. 그 이면에는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죄송했다. 마음은 너무나도 급했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으로 원서를 냈다. 귀국한 지 7개월 후쯤이었다. 5월, 서울의 작은 광고 대행사에 첫 직장을 잡을 수 있었다. 커리어를 잘 쌓고 싶었다. 골드 미스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조직 구성원은 젊은 편이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의 직원들이 많았다. 결혼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결혼한 사람은 1~2명 정도였다. 특히 내가 속해있던 팀에 동갑내기인 팀장님은 유일하게 기혼자였다. 그때 당시 나는 연애를 하던 중이라 결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결혼은 어떻게 했는지, 결혼하면 어떤 게 좋은지 등에 대해 물어본 기억이 없다. 직장 근처 맛집은 어디인지 물어보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느 날, 회사에 팀장님을 만나러 누군가가 찾아왔다. 찾아오신 분은 팀장님의 이전 사수분이었는데, 회사를 다니다가 출산 후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으셔서 회사를 그만두셨다고 한다. 소위 말해 S급 인재라고 건너 들었다. 일머리도 좋고 센스도 있고 무엇보다도 광고주가 신뢰하는 AE였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두 분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됐다. 요약하자면,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너무나 아쉬워하며, 다시 복직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은 노. 경력보다는 아기를 키우며 사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 후 1년쯤이었을까? 동갑내기 팀장은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아기를 갖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아기를 갖는 게 잘 되지 않았을까... 몸 관리와 예비 태교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퇴사 소식을 듣고 정말 아쉬웠다. 든든한 지원군을 잃은 느낌이었다.


나름 두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자연스럽게 퇴사를 해야 하는 걸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결혼보다는 일에 대한 욕심, 즉 나의 성장에 대한 욕심이 컸던 나. 결혼은 할 생각이 없지만, 만약에 하게 된다 해도 절대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강한 다짐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걸까? 생각해봤다.


- 수많은 도전 끝에 얻은 현재의 나란 사람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리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

- 적지 않은 나이에 일을 시작했는데 뭔가 많은 것을 이뤄보기 전에 경력이 뚝 끊어지지 않을까.

- 육아를 시작하면 아이에 올인해야 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많은 제약이 생기는 게 아닐까.


결혼을 하고 육아에 100% 전념하는 것에 대해 왠지 모르게 두려움과 막막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최대한 결혼은 늦게 하고 싶었다. 36살, 37살 정도. 사주를 보러 갔을 때도 결혼은 늦게 하라고 했던 그 말이 문뜩 떠올랐다. 늦게 하면 할수록 좋을 것 같았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늘 말해왔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할 거라고, 독신으로 살아도 좋을 거라고 했다. 근데 웬걸? 봄 햇살이 따스하게 부는 4월, 서른이 되지 않는 스물아홉에 나는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했다. 이 모든 두려움을 잠시 접어두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