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기
콧물, 기침, 쉰 목소리, 발열.
아이가 카시트에 적응하는 기간에 어린이날을 맞이 하여 서울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장시간 앉아있었기에 아이는 울고불고 매우 힘들어했다. 카시트 벨트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애착 이불을 찾았고 안아달라고 했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카시트에서 꺼내 주지 못했다.
“유찬아, 힘들지만 도착할 때까지 카시트에서 앉아가야 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아이는 목소리가 쉴 만큼 울었다.
집에 돌아왔을 땐, 아이는 쉰 목소리로 바나나를 말하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어린이날인데, 힘들게 만든 날 같아서. 남편은 울컥했고 나는 안쓰럽고 미안했다.
“엄마, 코, 코, 콧물~”. 이렇게 말하며 23개월 아이는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작고 귀여운 두 개의 콧구멍에서 맑은 콧물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첫 번째 감기에 걸렸던 증상과 비슷했다. 첫 번째 감기는 거의 다 사라져 가고 있던 찰나에 새 감기가 찾아왔다. ‘아, 올게 또 왔구나’. 초초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덤덤했다.
여러 번 겪었던 일이라 어린이집에는 결석한다고 전달하고 차분히 아이의 컨디션과 체온을 체크했다. 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당분간 나의 육퇴 시간은 저 먼 우주로 보내 놓았다. 아이가 회복될 때까지.
아이가 아프지 않을 땐, 아이가 밤잠을 자는 시간부터 아침에 깰 때까지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된다. 육퇴의 행복을 만끽하며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남편과 야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아이가 아프면 출근과 육퇴가 무한반복된다. 특히 밤에 짧게 육퇴를 하고 나서 새벽에는 열보초로 임무가 바뀐다. 열이 나면 2~4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먹이고, 열이 내려가길 기다린다. 쪽잠을 자면서 아이를 케어하다 보니 잠을 못 자서 힘들고 몸이 무거워진다.
열이 내리면 ‘휴, 다행이다. 조금 떨어졌네, 더 떨어져야 하는데’ 라며 혼잣말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이가 감기에 걸린 지 8일 차가 되어간다. 콧물의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기침은 줄고 열은 나지 않는다. 점점 나아지는 단계에 들어선 듯하다. 아픈데 잘 버텨준 아이에게 고맙고, 그 시간 동안 잘 해낸 나에게 감사하다. 토닥토닥.
이제 곧 우주에서 육퇴 시간을 가지고 올 수 있겠지?
감기도 하루 육아도 일찍 퇴근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