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 간 후쿠오카
휴가가 생겼다. 물론 내 야근의 산물이었지만, 행사 전에 써야만 했고 일정을 급하게 잡다 보니 마땅한 장소와 금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정했다. 딱히 가보고 싶은 곳도 없었다. 그냥 좀 구닥다리 길 원했다. 그냥 유유자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작은 마을 같은 곳에서 산책할 수 있는 곳. 문제는 한국보다 더 더운 곳이라는 것.
그렇게 난 더위를 피해 더욱 더운 곳으로 왔다. 이열치열이라지 않았던가.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잡고, 일정을 어설프게 잡고, 꼭 가봐야 할 곳을 몇 곳만 정리하고 나니 이미 출국 전날이었다. 부랴부랴 항상 내가 간과하는 디테일을 챙겼다. 체크리스크를 만들어 빼먹은 게 없는지 확인했다.
다른 건 몰라도 출국일 늦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그때의 쫄림은 한 번만으로 족하다. 두 번 겪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도심공항터미널이란 걸 이용하니 그런 쫄림은 느낄 새도 없었다.
명품을 잘 모르는 나에게 면세는 의미가 없었다. 그냥 레이벤 선글라스 한번 써보고 외국인 인척 눈인사하고 나온 게 전부.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다.
난 사실 태생적으로 겁이 많다. 지금이야 나이가 먹고 익숙함에 덜 할 뿐이지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은 여전히 곤혹스럽다. 문제는 비행기가 그 모든 요소를 다 갖췄단 거다.
떠오를 때 발 밑이 허전해지는 느낌. 이륙하며 한 번씩 꿀렁거릴 때 땅으로 꺼질 것만 같은 느낌. 날아오르며 조금씩 기체를 틀 때 기울어지는 비행기만큼 나도 기울어져 고꾸라질 것만 같은 느낌을 참아내야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너무나 두려웠지만 옆에 두 명의 여성분께서 동요할까 봐 손가락 보는 척을 해댔다. 눈은 감았지만. 중학교 때 손가락을 무는 버릇이 있는 친구가 자이로드롭을 처음 탄 뒤 너무 쌔게 물어 피가 난 기억이 났다. 그땐 웃겼는데 이젠 아픔을 공유할 나이쯤 됐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그렇게 바라본 하늘 아래 구름은 정말 아름다웠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늙었단 방증인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웠단 사실이 중요할 것 같다. 바다 건넌 뒤 내려다 보이는 일본 역시 예뻤다. 오밀조밀 정갈하게 늘어선 집들이 레고 같았다.
겨우 바다 하나 끼고 있는 나라치곤 너무 다른 나라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나라가 뒤집힐만한 사건도 적었던 만큼 잘 정돈되고, 여러 방면에서 뿌리 박을 시간이 많았던, 우리보다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였다. 그래서였을까. 항상 무언가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면 일본이 그려질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일어, 중국어 중 택해야 했다. 담임 선생님은 대학 진학을 위해 중국어를 추천했다. 그렇게 중국어를 택했고, 예체능을 진학했기에 무용지물이 됐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때 당시에 일본어를 택하지 않은걸 후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