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 2

진짜 일본이구나

by 에킨

그때 일본어를 택하지 않은 게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이야. 이런 걸 나비효과라고 하나. 인실 X인 건가. 여하튼 당시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됐다. 한 마디라고 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 웃음으로 때우지 않았을 텐데. 일본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그 들의 무표정에 억지로 미소 지을 필요 없었을 텐데. 한국인이니까 당연한 것을... 어쨌든 현재의 나는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속되고, 후회할 겨를이 없었다. 안 되는 영어를 최대한 유창한 척해서 일본어는 못하지만 난 너희가 못하는 영어를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최대한 뻔뻔하게 굴었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사대주의자인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공항을 탈출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하카타역을 찾았다. 난 자타공인 육식동물. 고기를 먹어야 했다. 카와미야를 찾았다. 줄이 너무 길었다. 심지어 한국말 밖에 들리지 않았다. 최대한 외국인인척 자연스레 스쳐 지나갔지만 그래도 끼니를 해결해야 되는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트립 어드바이저를 뒤졌다. 이치란 라멘을 추천해줬다. 마침 근방이었다. 기계로 주문하는 방식은 익숙지 않지만 최대한 뻔뻔하게 주문해보려 했다. 하지만 뒤에서 한국 사람들이 “저 사람 하는 거 보고 하자”는 말을 듣는 순간 부담이 됐다. 나의 선택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다. ‘이건 후쿠오카의 한국인을 대표하는 선택이다’라는 인식이 드는 순간 긴장이 됐다. 마구잡이로 태연하게 골라댔다. 오천 엔을 내고 거슬러 받은 게 지폐 두장과 동전 몇 개란 사실이 나의 패닉 지수를 알려준다.


다행히 식사는 맛있었다. 라멘을 잘 먹지 않는 나지만 맛있게 먹었다. 역시 비싼 게 좋다. 거의 소고기 1인분 값이 깨졌지만 괜찮다. 국물이 굉장히 진했다. 역시 라면과 라멘은 다른 음식인 건가. 그렇게 이치란 한국을 벗어나 다음 행보로 발을 옮겼다.


역시 비싼게 맛있다


D&Department에 가야 했다. 이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다. 한국에도 있지만 본토의 것을 경험하고픈 사대주의적 마인드가 꿈틀댔다. 방문했다. 좋았다. 좋은 건 그냥 좋은 거지 이유가 없다. 매장 조명의 조도도, 음악도, 분위기도 다 좋았다. 그게 참 어려운 건데, 당사자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좋다!’란 말이 절로 나오게끔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확실히 그런 감성이 있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다. 다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내 숙소는 다자이후 쪽이었고, 지금 나는 하카타역 근방. 대중교통으로 40분 이상은 걸리는 거리인데 에어비앤비 후기로는 길이 도시보다 어두우니 조심해서 가란 코멘트가 있었다. 근데 하카타가 이미 어두우니 다소 긴장이 됐다. 하지만 성격답게 이내 평정심을 찾았고, 구글맵을 믿기로 했다. 내가 길을 잃어도 구글맵은 잃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전철에 올랐다.

누가봐도 일본스러웠던


풍경이 정말 일본스러웠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철로 옆에 집과 건물이 늘어선 모습. 별거 아니지만 좋았다. 케이블도 안 나오는 TV의 채널을 우연히 돌렸는데 일본 방송이 나온 거 같은 느낌이랄까. 재미있었다. 그냥 그 광경만으로.


그렇게 역에서 내려 구글맵에 의지해 숙소를 찾아 나섰다. 한국의 시골을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둡진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산속에 뒤 덮이지도, 빛이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두운 건 사실이었고, 우리나라도 아닌, 초행길이었다. 난관이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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