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 3

생명의 은인 구글맵

by 에킨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 나에게 때때로 지방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하물며 일본이라니... 구글맵이 없었더라면 난 지금쯤 나카스 강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구글을 개발한 래리 페이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여하튼 구글맵으로 검색한 결과 내 숙소는 하카타역에서 약 45분가량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전철을 타는 것 까진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내 숙소는 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 본선을 타고 후쓰카이치에서 내려야 하는 경로였는데, 숙소 후기를 보니 길이 다소 어두우니 조심하란 글이 있었다. 문제는 도심이라 할 수 있는 하카타도 이미 어둑어둑해질 때였단 것이다. 하물며 그 동네는 어떨지. 전철을 타기 전에 이미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과연 그곳을 잘 찾아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변사체로 발견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가야했다


전철은 친절한 후쿠오카 오지상 덕분에 무사히 타는 데까지 성공했다. '지하철'이 아니라 진짜 '전철'이었다. 사실 어두컴컴한 배경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적인 부분이 나로 하여금 지하철을 꺼리게 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인데, 일본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창밖으로는 일본의 평범한 동네가 펼쳐져 있었고, 사람들의 일상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전철 하나만으로 이미 나는 로컬을 경험하고 있었다. 사소할 수 있지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난 어느 곳을 가든 그 지역 사람들의 일상을 보길 원한다. 우리나라 지방만 해도 관광지로 유명한 곳보다 일단 그들의 동네 곳곳을 발로 걸어 다닌다. 그때 비로소 내가 그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진짜 OO에 와 있구나. 그러한 행위는 항상 나에게 대단하진 않지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랄까. 특히 하카타에서 주야장천 한국말만 들었던 나로선 비로소 일본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감상에 젖어있던 이성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시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게 목적지인 후쓰카이치역에 하차하고 생각보다 밝은 동네에 다소 안심하며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구입했다. 우리나라 편의점과는 다르게 여러 종류의 기린맥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치방'이 아닌 다운 그레이드 버전 격의 맥주를 구입했다. 편의점을 빠져나와 구글맵에 의지해 숙소를 찾아 나섰다. 거리는 약 1km. 한국이라면 대차게 걸어나가 금세 도착할 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구글맵에 고개를 쳐 박고 선 그만치 나아갈 수 없었다. 떠듬떠듬 걸어갔다. 골목에 들어설수록 길이 어두워졌다. 갈수록 인적도 드물어졌다. 딱 한 명 사람을 봐서 길을 물어보려 했으나 옆에 있던 건장한 웰시코기의 자태를 보고 이내 마음을 접었다. 낮이었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밤이니 도통 감이 안 왔다. 구글맵은 도착지에 도달했다고 안내를 종료하는데, 나는 아직 길바닥이었다. 분명 이 근방인데, 밤이라 그런지 에어비앤비 인포에 나와있는 사진으로 도저히 가늠이 안됐다.


일본스러워 좋긴했다



여차저차 숙소에 도착했다. 시코상이 반갑게 나를 맞았다. 인터폰으로 들려온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안도감마저 들었다. 다들 길을 헤매는 건지 숙소엔 나뿐이었으나 알고 보니 다들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고 했다. 근방에 있는 마트가 9시부터 세일을 시작한다나. 다음날 아침저녁은 마트에서 때우겠노라 다짐하고 짐을 풀고 씻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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