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 4

다자이후 - 야쿠인

by 에킨

이 날의 목적은 명확했다. 숙소를 이 근방으로 잡은 이유와 같다. 바로 '다자이후'에 가는 것.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유 있게 동네를 지나, 지나가는 전철의 기관사에게 손인사를 하고, 그런 나를 보고 기관사도 손을 흔들어주고, 그렇게 후쿠오카의 로컬 피플들과 부대끼며 다자이후에 도착해선 한적하게 그곳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으면 점심도 먹고, 그렇게 망중한을 즐기고픈. 이게 나의 이번 여행에서의 가장 구체적인 플랜이었다. 이것 외엔 그저 특정 스팟을 한번 가보자 하는 밖에 없었다. 이런 내 계획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날씨가 문제였을 뿐. 너무 더웠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그렇게 시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울 같은 동네도 아니었기에 건물도 다 낮고 길만 쭉 뻗어있어 그늘막이 되어줄 어느 것도 없었다. 한 발짝만 떼도 땀이 줄줄 흘렀다.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는 자신이 있었다. 생수통 하나만 있으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 나의 계획을 시코상은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Crazy."


전철을 타기로 했다.



전철로 두 정거장이면 다자이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 몰라 역무원들에게 다자이후를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타는 게 맞냐고 묻자 어설픈 영어로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줘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다자이후는 거의 경상도나 다름없었다. 어딜 가나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다.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공간은 이국적인데 주변의 다른 것들은 매우 친숙한, 마치 차이나타운 같달까. 옆에서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노부부의 말도 억양이 일본말 같았지만 잘 들어보면 경상도 사투리였다. 오묘하게 비슷했다.


다자이후다


내가 생각한 다자이후보다 좀 더 시끄럽고, 북적거리고, 전형적인 관광지로써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좋았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관광을 왔을 때 왜 그렇게 경복궁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꼭 패키지가 아니더라도 가게 되는 거더라.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인지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한국사람 4 : 중국사람 4 : 기타 2


경쾌한 걸음으로 전철역으로 향해 야쿠인으로 향했다. 서칭 해본 결과 갈만한 카페가 많았다. 밀집해있진 않지만 요소요소 괜찮은 카페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야쿠인에서 점심도 먹고 커피도 먹을 요량으로 발을 옮겼다.


야쿠인


야쿠인은 내가 머물던 동네와는 확연히 달랐다. 엄청나게 번화하진 않았지만 도심이었다. 하지만 유동인구는 많지 않아 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카페가 꽤 여러 군데 분포되어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몇몇 카페는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외출하고 시간이 꽤 지난 상황이었기에 좀 더 조용한 장소를 찾던 찰나, 서칭 해둔 곳 중 한 군데가 적절해 보여 들어갔다.


Good up coffee


일본인 남성 두 명이 관리를 하고 있었다. 조용했다. 한국 여성 둘이 있었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그들도 조용했다. 옆에 일본인 커플은 원래 조용한 사람들 같았다. 나는 말동무 삼을 대상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용한 장소에 있게 됐다. 음악은 재즈풍의 것들을 틀어줬는데, 정말로 원하던 그림이 그려져 만족스러웠다. 커피맛은 잘 모른다. 그래서 잘 내린 건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분위기가 다했기 때문에 중요치 않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커피를 마신 후 활발해진 이뇨작용으로 겸사겸사 자리를 옮기기 위해 나섰다.


좋았던 한적함


정신없이 걸었다. 담고 싶은 풍경이 너무 많아서인지 자꾸만 걷게 됐다. 그들에겐 일상일지라도 내겐 일생에 단 한번 있는 순간일지도 모를 '지금'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땀이 온몸을 뒤덮었고, 허리까지 아플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자이후를 시작으로 전철로 야쿠인으로 넘어와 야쿠인에서부터 하카타까지 약 세 시간을 온갖 곳을 다 헤집고 다녔다. 내가 아무리 건강한 청년이라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전철을 탈까 하다 전철 풍경은 전 날 봤으니 다른 풍경을 보고자 버스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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