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여행지, 남인도

한국에는 아직 낯설지만 매력이 넘치는 곳인 남인도를 소개한다

by 강민영



아직은 낯선, 그러나 치유가 있는 미지의 여행지 ‘남인도’


스무 개가 넘는 공식적인 언어, 1년 내내 영하의 기온인 최북단과 1년 내내 무더운 기온인 최남단의 극심한 차이. 세계 인구 2위를 자랑하는 인도의 크기와 다양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흔히 ‘타지마할’ 하나가 인도의 전부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남쪽, 타지마할 이전부터 고대의 문화를 품고 생존해왔던 열대의 도시들이 있다. 이제 막 동양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미지의 세계, 하지만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한 곳, 그곳이 바로 ‘남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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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즈 강과 타지마할은 잊어라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인도는 한국인들에겐 멀게만 느껴지던 여행지였다. 인도의 수도 ‘델리’가 중북부에 위치한 까닭에, 델리에서 인도 남부도시까지 기차로 꼬박 이틀이 걸리는 고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동남아시아의 저가항공사들이 남인도 취항을 결정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몰랐던, 천혜의 자연과 문화가 숨어있는 남인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남인도는 갠지즈, 타지마할 근방의 북인도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인도의 공식언어인 힌디어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으며, 모두 각자의 주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던 토속어를 사용한다. 현재의 인도가 이루어지기 아주 오래 전, 유목민족이었던 아리아인의 침입으로 인해 원래 인도 땅에 살고 있던 드라비다족은 아리아인을 피해 점차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드라비다족은 남쪽으로 쫓겨가며 자신들의 민족성을 잃지 않기 위해 그들만의 언어를 고수했고, 그 언어에서 파생된 고유 문화를 그대로 남부로 가지고 내려가 절대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도록 방어에 방어를 거듭했다. 현재의 인도를 이루고 있는 것은 북인도를 침략한 아리아족의 후예들이지만, 엄밀히 말해 남부의 드라비다족이 지키고 있는 문화가 응집되어있는 남인도가 ‘진짜’ 인도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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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항구도시, 코친 (Cochin)


남서부 케랄라 주의 주요 도시인 코친은 ‘인도의 베니스’라 불리는 벰바나드 호수와 아라비안해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있다. 케랄라 주는 아라비안의 지상낙원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자원과 아름다운 풍경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으로, 코친은 호수와 바다의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육두구, 후추 등과 같은 고급 향신료들 때문에 항상 외국인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고, 네덜란드, 영국, 포르투갈 등 다양한 유럽 세력들이 코친을 훑고 간 까닭에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혼합되어 있는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남인도를 여러 번 여행하면서도 매번 빼놓지 않고 시간을 내어 코친에 들를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고, 걸어서도 충분히 구석구석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스며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북부 인도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여행을 한 여행자들이 한숨 돌리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르기도 한다.


_MG_5047.jpg 케랄라주의 자랑거리, 전통극 '까타깔리'의 준비과정


_MG_5036.jpg 케랄라주의 자랑거리, 전통극 '까타깔리'의 준비과정
_MG_5055.jpg 준비시간만 수 시간이 넘게 걸리는 '까타깔리'의 본 무대

코친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은 인도의 5대 무용 중 하나이자 세계 3대 경극 중 하나이기도 한 ‘까타깔리’다. 까타깔리는 힌두교 신화를 주요 소재로 하는 무용극으로, 얼굴표정만으로 모든 것을 말하며, 남성 배우로만 이루어진 전통극이다. 원래 까타깔리는 이틀, 사흘에 걸쳐 공연을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 외국인들을 위해 이 방대한 서사를 2시간 정도에 축약해서 선보이고 있다. 까타깔리의 묘미는 연극의 중심이 되는 배우들의 표정과 그 표정을 뒷받침해주는 화장에 있다. 공연 한 시간 전부터 주연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할 신의 모습을 화장하기 시작하는데, 까타깔리가 신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니만큼 이 화장을 하는데 있어서 돌과 꽃, 코코넛 오일 외에 일체의 인공재료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배우들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세시간에 걸친 화장과 분장을 통해 매일 신을 만난다는 마음가짐으로 까타깔리에 열중한다고 한다. 배우들의 집중력과 그들이 입은 옷과 화장의 아름다움은 2시간 동안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_MG_5097.jpg 멀리 보이는 도시는 '에르나꿀람', 코친으로 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본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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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 함피 (Hampi)


함피는 코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 주에 위치해있는 마을이다. 코친에서 밤새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면 ‘호스펫’이라는 마을의 입구가 보이고, 이곳에서 릭샤를 한 번, 또 배를 한 번 타고 들어가야 비로소 함피에 도착할 수 있다. 함피는 인도의 마지막 힌두 왕조인 ‘비자야나가르’의 왕국이 건설되었던 곳으로, 이후 무슬림에 의해 정복된 후 3세기를 쌓아온 왕조가 수개월 만에 폐허로 뒤바뀌게 된 비운의 도시이다. 하지만 막상 함피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버려진 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있으며, 동서남북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사원과 고대 왕조의 유적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함피 전체의 유적지를 둘러보는 시간에만 꼬박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투자된다고 하면, 그 크기와 웅장함을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함피에 머무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유적지를 오르며 함피의 전경을 보곤 했지만,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오묘한 풍경들의 연속이었다. 언덕 꼭대기에 가만히 앉아 밭에서 따온 바나나를 우적우적 씹고 있으면, 원숭이, 개, 염소 할 것 없이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바나나를 얻기 위해 갖은 힘을 쓰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이 완벽하게 공존하고 있는, 남부의 숨겨진 고대 도시 함피. 인도를 자주 드나드는 여행자들 사이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함피를 한 번 방문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늘 함피를 그리워할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가 디 콘티의 말처럼 함피는 정말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_MG_5327.jpg 돌무덤 사이로 사원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_MG_5319.jpg 함피에서 가장 높은 사원에 올라 바라보는 함피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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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숨은 보석, 뿌두체리 (Puducherry)


뿌두체리(또는 폰디체리)는 인도 독립 전까지 프랑스의 통치 하에 있었으며,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이 자주 일어났던 도시 중 하나다. 뿌두체리는 인도 남동쪽 인도양 근방의 해안가에 위치한 해안도시로, 프랑스군이 인도에서 철수한 이후 한동안 잊혀져 있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휴양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곳이다. 한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자국의 통치지역이었던 만큼 애착을 느껴 뿌두체리로 자주 여행을 오곤 하는데, 뿌두체리의 거리는 인디안 쿼터, 프렌치 쿼터로 나뉘어져 있고, 인도 전역에서 유일하게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 영화만 상영하는 상영관을 따로 보유하고 있어서 다양한 영화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인 도시다. 뿌두체리는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의 파이 가족이 운영했던 동물원이나 파이와 아난디가 재회를 약속한 장소 등 영화 내 대부분의 풍경을 걸어 다니면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뿌두체리를 찾는 여행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뿌두체리는 술 판매에 있어 엄격한 인도 내에서는 희귀한 주류 면세도시이기 때문에, 인도를 여행하는 ‘술꾼’들이라면 꼭 한 번씩은 들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 184.jpg 프렌치 쿼터에서 걸어서 5분 남짓에 있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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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게 산책할 수 있는 실험도시 '오로빌'


뿌두체리에서 버스로 3, 40분 정도 거리에는 생태공동체 실험도시인 ‘오로빌’이 있다. 전세계 40개국에서 온 2000명 정도의 인구가 종교, 인종, 성별, 문화, 국가를 초월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곳으로, 오로빌 내에서는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주민들의 평등을 원칙으로 생활하고 있다. 오로빌은 인도에 속해있지만 인도가 아니라 느껴질 정도로 평화로운 마을로,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전시와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둘러보며 여행에 지친 몸을 잠깐 쉬기에 더없이 적합한 곳이다.


20121120_162754.jpg 오로빌의 심장, '마티르 만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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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야자나무들이, 곳곳에 빼곡하게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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