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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리뷰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단상

by 강민영


*스포일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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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한국’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드러낸 영화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경계가 있었고 몰입도나 영화적 쾌감이 지금까지 보았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았고 압도적이었다. 두 시간을 훌쩍 넘는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으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후에 보이던 블랙코미디의 어떤 정점이 극대화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들에 힘입어 수상까지 이루어졌을 것이고, '잘 만든 이야기' 또는 '잘 만든 영화'라는 수식이 너무 잘 어울리는 영화다. <기생충>의 수상과 맞물려 스크린 독과점이 쟁점으로 부상되긴 했으나 그건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니까. 지금까지 보았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그래도 서스펜스로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고 관객이 극도로 몰입하는 장치를 여러 개 심어놓아 절대다수가 즐기기 좋지 않을까 싶기도. 영화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기생충>이 왜 칸에서 극찬을 받았는지, 이 영화가 왜 수상을 해야 했는지의 이유는 너무 명확했다. 그냥 모든 것들이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라고 해야 할까, 아주 잘 만든 기이하고 이상한 세계를 보는 느낌.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정말 '이상하다'.



하지만 나는 역시 <마더>의 봉준호가 가장 좋다. 봉준호 감독 자체는 점점 좋은 방향과 성질, 그야말로 마스터피스의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지만 <마더>의 정서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생충>을 보고 나와 역으로 <마더>가 너무 보고 싶어 졌는데, <기생충>이 우화로서 충실하다면 <마더>는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였으니, 그만한 엔딩을 봉준호 월드에서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기호를 따지자면 나는 <기생충>보다는 <마더>의 봉준호가 좋다. 두 가지를 면 대 면으로 비교하긴 어렵고 무리이겠지만 선호하는 정서라는 것이 있으니까.



원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말을 좀 아끼게 된다. 보통은 이러다가 입을 닫고 말아서 추후 이 영화에 대해 다시 꺼내보게 될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한 번은 더 보고 싶다. 놓친 지점들을 점검하고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온전히 배우들을 다시 곱씹기 위해서 말이다.



아, 영화를 보고 나니 포스터가 굉장히 섬뜩하게 느껴진다. 감독이 바라는 대로, 제발 모두들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를 마주하실 수 있기를. 그리고 영화 엔딩크레딧에 흐르는 마지막 음악을 꼭 전부 온전히 듣고 나오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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