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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12. 2019

소노 시온의 <사랑 없는 숲>



<사랑의 숲>은 철저하게 소노 시온의 팬들을 위한 영화다. 장면 구성부터 대사 중첩까지 꽤 많은 부분이 소노 시온의 전작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로 소노 시온의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될 수도 있을 새 관객들은 애초에 진저리치고 튀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사랑의 숲>은 소노 시온의 영화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 영화는 엔딩 컷만 아주 좋은데, 이걸 보기 위해 굳이 두 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을 쓰레기통에 처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처음 중간 다 뛰어넘고 이것만 보자니 맛이 안 살고, 아무튼 소노 시온에 대한 좋은 기억만 남기려면 이젠 작별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궁금할 수는 있겠지만 절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영화. 


만약 소노 시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통해 이전 그에게 명성을 주었던 <차가운 열대어>의 감정을 복기하고 싶었겠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차가운 열대어>, <길티 오브 로맨스>, <지옥이 뭐가 나빠>같은 영화는 파국이 일어날 때까지의 동기와 흐름이 일관되고 확실하기에 그 클라이맥스를 견딜 수 있는 건데, 이제 소노 시온에겐 그런 것이 없다. 정말로 '지옥'이 만들어지는, 인간성이 완전히 사라져 온 세상의 절멸이 이루어지는 그 상황으로 가기까지의 서사가 중요한데 언젠가부터 소노 시온에게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소노 시온의 팬을 자처했던 나조차 이런 영화는 이제 더 이상 팬심으로라도 견디기 힘들다. 이제 소노 시온을 향한 애정을 나도 슬슬 지워버려야 할지 고민이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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