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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16. 2019

<비카인드 리와인드>(2008)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영화다. 이 영화는 오로지 VHS타입의 비디오를 추구하는 작은 비디오 가게가 점점 급변하는 도시계획에 대항해나가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잭 블랙을 앞세우고 '코미디'라는 장르를 간판으로 내걸지만, 사실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코미디라기보다 감동적인 드라마에 가깝다. 


제리(극 중 잭 블랙)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비디오 가게에서 일어난 사건의 발단, 그러니까 제리와 마이크가 영화를 찍게 된 이유는 제리의 터무니없는 '운동'에서 시작된다. 제리는 전기사용과 전력발전소 사이에 무언가 암묵적인 정부 개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뇌가 전자파 때문에 녹아가고 있다면서 철저하게 '전기'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밤낮 할 것 없이 전력발전소를 파괴하기 위한 공상을 벌이지만, 함께 실행하기로 약속했던 마이크는 결정적인 순간에 제리를 혼자 남겨둔다. 이 과정에서 제리는 사고를 당하고, 전자파를 싫어하던 제리가 역으로 전기 인간이 되면서부터 '비카인드 리와인드' 비디오 가게는 제리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 제리는 자신이 멀리하던 전기를 온몸으로 흡수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기장 인간이 되어버린 제리는 비디오에 기록된 모든 영화들을 말끔히 지워버린다. 여기까지는 제리가 공상을 실행하고 현실에 맞서 싸우는 첫 번째 단계다. 하지만 이후 영화에서 제리는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몸속 전기를 배출해내고, 그렇게 자기장 인간으로부터 벗어난 제리는 '배우'가 된다. 사건을 물어다 던진 제리의 첫 번째 단계가 터무니없는 공상에서 시작했다면, 제리의 '생존' 두 번째 단계는 현실과 공상을 조합하며 이어진다. 제리가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던 '전기'는 하수구로 흘러버리고, 그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바로 '영화'라는 매체다. 제리는 스스로를 <고스트 버스터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러시아워 2>, 심지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 까지 투영해가며 또 다른 환상세계를 구축한다. 


미셀 공드리의 사소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는 제리라는 인물에 투영되어 <비카인드 리와인드> 전반을 지배한다. 잭 블랙의 등장만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모든 장면들은, '할리우드 키드'로의 시네필들을 위한 것이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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