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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29. 2020

<부부의 세계> 그리고 김희애


얼마 전에 시작된 JTBC의 새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재밌게 보고 있다. '재밌다'고 말하기보단 자극적인 주제에 긴장감이 상당해서, 게다가 성인 인증을 받고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보니 미지근한 대사나 감정이 오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돼서, 성인 인증 딱지가 어느 정도 신뢰가 생긴달까. 케이블을 선택해서 직접 인증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드라마는 처음 겪어보는 일인데, 아무튼 챙겨 보기 시작했다.


2화가 막 끝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김희애였던지라, 김희애가 어떤 역할로 나온다고 한들 어차피 주역과 주연은 그녀일 테니 그 믿음 하나로 <부부의 세계>를 기다렸다. 불륜 소재 드라마야 뻔한 설정이고 네이트판 같은 곳에 하루가 멀다 하게 오르내리는 이야기지만, 김희애가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뻗어 나갈까가 궁금했다. 예고편에서 이미 김희애가 연기한 지선우 캐릭터가 날 선 가위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 무척 기다렸기도 하고. 물론 실제로 그 가위가 초반에 복수의 대상을 작살내는 무기로 역할을 다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 같은 예비 시청자들을 낚기에는 더없는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소재나 장르나 그다지 선호하진 않지만, 이제는 유아인 때문에 볼 수 없게 되어버린 <밀회> 같은 드라마의 설정과 비슷한 위치에서 우아하고 완벽한 고품격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는 김희애가 역시 이 드라마의 포인트. 모두가 그렇듯 그녀가 연기한 지선우의 생각과 감정과 대사와 행동이 극을 휘두르고 있는 만큼 실제로 드라마 내에서도 가장 큰 중심이 되어 사람들을 조종하는 듯한 모습이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들을 최근에 찍어와서 좀 중첩되어 새롭지 못한 비판도 받고 있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김희애인데. 즐겁게 보고 있다. 


'불륜'이라는 단어가 소재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여성들의 연대를 조금 고민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단지 이게 '사랑'이라는 단어로 또 소비되고 감싸지는 것에 그칠지 아니면 그 이상을 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데이트 폭력, 완벽한 그루밍 성범죄, 본인도 모른 채 당하고 있는 수많은 폭력들 속의 여성상을 민현서가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지선우가 그녀를 도와주게 되는 연대의 장면이 2화에 얼핏 나왔는데, 거기서 흘러나온 대사가 생각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갈 것 같아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김희애가 아니었음 빛을 발하지 못했을 드라마가 고품격이 되고 있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어, 앞으로도 더 챙겨 보려 한다. 초반 그대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도 계속 유지해 주었으면 하고. 그리고 이경영은 좀 그만 봤으면. 이 전에 <하이에나>를 챙겨보는데 직후에 보는 <부부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역할로 나오니, 연기가 너무 이어져서 짜증나기도 하고, "또 이경영이야?"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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