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안은영' 역에 정유미가 내정되어 있다고 들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일단 이경미 감독이 연출하는 이른바 '정세랑 월드'여서 그렇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은영' 역에는 정유미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이후 개인적인 관심사도 방대한 분량의 장편소설을 어떻게 각색하는지에 관해 쏠려 있었다. 시즌제로 다룬다면 어떤 에피소드를 선별적으로 다룰 것인지, 어떤 결말을 내려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

<보건교사 안은영>은 생각했고 예상했던 이상을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원작의 플롯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원작에서 묘사되는 인물과 배경들을 교묘하게 비틀어 '이경미 월드'에 편입되도록 만들었다. 원작의 M고보다 좀 더 이기적이고 사악한 목련고를, 그리고 '젤리'에 지배당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조종 당하는 학생들을 좀 더 공포스럽게 만드는 동시에 몇 에피소드는 드라마 만의 매력을 더해 희열과 슬픔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학교'를 말 그대로 '이상한 공간'으로 묘사하기를 즐겨 하는 이경미 감독의 특색에 걸맞게,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을 아주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드라마/영화가 가질 수 있는 자유도를 잘 이용했다. 가능하면 원작을 보고 드라마를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원작과는 같은 듯 전혀 다른 작품이 되었기에 어느 한쪽이 취향이라면 그 편을 따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두운 장면들의 유려한 묘사와 더불어 사운드 자체에 엄청난 신경을 쓴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매 에피소드들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클리프 행어' 스타일의 구조로 이어진다. 그래서 1화를 시작하면 마지막 화인 6화까지 스무스하게 정주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점이라면 시즌 2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시즌 1에 급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마지막 화에 모든 자잘한 설명과 과도한 설정-이를테면 목련고 탄생의 전말 같은-을 갈아 넣었기 때문에 정주행을 마친 사람 기준으로 마지막 화에 가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는 것이랄까. 5화까지는 에피소드 자체에 치중하여 집중도가 높지만, 6화에 다다라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급하게 마무리 짓고 과하게 묘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웠다.

매 에피소드마다 엔딩곡이 조금씩 다르기에, 엔딩 롤을 보며 이를 즐기는 것 또한 별미다. 드라마 내의 캐릭터들의 찰떡궁합은 두 말하면 입 아프고, 특히 주인공 '안은영'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정유미의 연기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8할을 이루고 있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