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Sep 21. 2020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래치드>


불과 며칠 전에 공개된 따끈한 신작 드라마, <래치드>. 사실 꽤 오래전부터 <래치드>의 공개 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알림이 뜨자마자 망설일 것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래치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총 8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2년 발표된 켄 키시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타임라인 훨씬 이전, 그러니까 프리퀄로 이루어진 드라마다.  '래치드'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으로, 간호사다. 밀로스 포먼 감독의 동명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래치드'를 만날 수 있다. 


각 에피소드별로 총괄 감독이 다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역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 기대고 있다. 초반 1, 2화가 라이언 머피의 오롯한 연출로 이루어져 있어서인지 후반까지 줄곧 그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제작한 마이클 더글러스가 다시 제작을 맡은 것도 상당한 이목을 끌었다. 원작은 사회비판적 메시지나 당시 시대에 대한 고발적 이야기가 강하지만, <래치드>는 그런 메시지보다 호러/스릴러 장르 자체가 주는 쾌감에 좀 더 주목한 드라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훨씬 더 취향이긴 하다. 


<래치드>는 간호사 '래치드'가 어떻게 병원을 장악하게 되고 희대의 악역이 되는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 이면에 어떤 인물들이 얽혀 있고, 래치드가 그들을 어떻게 조종하고 이용하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연출이나 서사도 그렇고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가 계속 떠오른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특정 에피소드와 이어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드는 구조나 장면들이 있다. 나쁘다기보단,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충분히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한 편이고, 기존의 유명한 악역인 '래치드'의 다른 면모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최근의 넷플릭스 드라마는 초반에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래치드>는 1화부터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매력이 대단하다. 초반 에피소드를 라이언 머피가 감독하여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건물이나 색감 등이 고딕/고전 호러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잡아 주고 있다. 



(너무 좋아하는)사라 폴슨이 '래치드' 역할을 맡고, 신시아 닉슨, 샤론 스톤(!) 등 전반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모아놓으니 기가 막히도록 화음이 잘 맞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사라 폴슨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완벽할 정도. 한순간에 확 바뀌는 소름 끼치는 표정과 파란 간호복이 잘 어울리는 사라 폴슨의 페이스 자체가 <래치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원작의 '래치드'는 갈등이나 고민이 전혀 없는 악역 그 자체로 군림하는데 반해, 그의 프리퀄인 <래치드>의 주인공은 보다 인간적인 동시에, 해야만 한다 생각하는 일은 어떤 끔찍한 행동이라도 망설임 없이 저질러 버리는 양면의 얼굴을 보여준다. 


1942년이 배경이다 보니 동성애가 범죄와 동일시되는 환경, 그리고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여 그를 치료하려는 고문 수준의 행동들이 드라마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도 몹시 흥미롭다. 사실 <래치드>가 호러 장르로 분류되어 있지만 '호러'보단 '스릴러'에 훨씬 가깝다. 중간중간 고어에 가까운 장면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고어물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조금 버거울 지도. 물론 이를 남발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극의 분위기를 최상으로 살리고 있다. 드라마 전체의 색감이 의상, 조명, 소품 등 다양한 방면에서 청록색/초록색으로 통일되고 있어 그로 인해 자동적으로 연출되는 우울한 분위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 왓챠 추천작 - <새끼 동물이 사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