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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28. 2020

2020년 올해의 넷플릭스 베스트 10

이번 주는 금주의 넷플릭스/왓챠 추천작 대신 연말 결산을 :)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한 이례 아마 넷플릭스 플레이타임/클릭타임 최다였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원래도 이것저것 신작들이 나오면 빠짐없이 즐겨 보긴 했지만 올해는 유독 더 심했는데, 이유는 역시 코로나 때문.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개봉 영화 대부분이 국내외 가리지 않고 넷플릭스로 편입되어 서비스되었기 때문에, 한국영화나 드라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꼬박꼬박 챙겨보게 되었다. 또한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많이 공개되었던 한 해라 즐겁기도 했고. 코로나의 악영향 때문에 수치가 올라간 건 아쉽지만, 그만큼 양질의 드라마가 넷플릭스로 쏠려서 드라마 서사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은 어떤 의미로는 즐거움을 충족시키기도 했던, 아이러니한 2020년.


순서는 역시 10위에서 1위 순으로, 그리고 너무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기에 10편을 추리기 어렵기도 했다. 전부 2020년 공개 기준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영화를 중심으로 다뤘고 개봉 예정이었으나 개봉하지 못해 넷플릭스 only로 편입된 영화를 포함시켰다.


아마 블로그에 자주 오시던 분이라면, 매주 추천작으로 하나씩 꼽았던 익숙한 작품들일 듯하다. 때문에 좀 더 길고 자세한 리뷰를 한 드라마에 대해, 각 링크를 추천 이유 하단에 걸어 두었다.


10. <스위트홈>


한국 드라마가 하나쯤 들어간다면 무얼 넣을까 고민하다가, <스위트홈>을 뽑았다. 아래 리스트 중에 가장 늦게 공개된 '신작급'의 드라마다. <킹덤> 시즌 2나 <인간 수업> 혹은 <보건교사 안은영> 등 여러 자기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한 해를 밝혔지만, 본격적인 청소년 관람불가+크리쳐 물로 한국 드라마에선 어느 정도 새 지평을 열었다는 관점에서 <스위트홈>을 순위권에 넣었다.


9. <셀프 메이드: 마담 C.J워커>


이 자리에 <스위트 매그놀리아>를 넣을지 말 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재밌게 즐긴 편은 이쪽이라 <셀프 메이드: 마담 C.J워커>를 선택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옥타비아 스펜서의 주연작으로, 미국 최초 흑인 여성 재벌인 마담 C.J워커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노예해방 직후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차별의 풍조 안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해 이름을 날린 '세라'의 이야기다. 이렇게만 말하면 굉장히 클리셰적 드라마일 듯 하지만 실제로는 좀처럼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총 4화로 시즌 에피소드 길이 자체도 짧은 편.


8. <수터블 보이>


리스트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따로 포스팅하지 않은 드라마. <몬순 웨딩> 등으로 유명한 미라 네어 감독의 연출작으로, BBC와 넷플릭스 인디아 소속이다. 독립 직후의 뒤숭숭한 인도 사회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의 연애와 우정을 다룬 드라마로, 공개 당시 인도 내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비판을 던진다는 차원에서, 보수파나 진보파 둘 다 만족시킨 지점이 있다. 한국 관객에겐 1950년대 인도 사회를 이해함과 동시에 힌두/무슬림으로의 삶에 대해 보다 친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물론, 미라 네어 감독의 연출작이 늘 유려한 서사를 자랑하듯-교훈적에서 그치지 않고 '무척' 재밌다. 이 모든 사회 역사의 서사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측면에서 한 번쯤 봐 두면 좋을 드라마.


7. <군잔 삭세나:더 카르길 걸>


목록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이 아니며, 극장 개봉을 꾀하다 넷플릭스로 넘어가게 된 영화다. 예정대로면 2020년 3월에 인도 전역에 개봉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동명의 실존 인물 '군잔 삭세나'의 전기 영화로, 인도 역사상 최초로 전투에 투입된 공군 참전 여성 조종사 '군잔 삭세나'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당갈>과 비교될 점도 있고 실제 있는 히어로와 같은 여성의 이야기라 여러 가지 시사하는 점이 많다.


6. <나의 문어 선생님>


넷플릭스에는 올해도 빼어난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나왔다. 그들 모두를 보진 못했지만, 여하튼 나름 힘써 달려보았으니 그중에 하나를 꼽자면 단연 <나의 문어 선생님>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고, 엄청나게 감동적이고 교훈적이기까지 한 이 다큐멘터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문어 선생님'을 둔 한 인간의 회고다.


5. <오! 할리우드>


1950년대 LA를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의 민낯을 밝히는 드라마. 할리우드에 입성하고 싶은 지망생들과 대스타들, 제작자와 연출자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다만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고 할리우드 기저에 깔린 성적 착취, 성소수자 배척들에 관한 어두운 이야기가 일관된다.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이언 머피의 연출력과 주조연들의 앙상블이 가장 컸다. 단순 재밌다기보단 여러 가지 생각할 지점을 선사하는 드라마로, <빅뱅이론>의 쉘든으로 유명한 짐 파슨스가 감초 역할을 한다.


4. <래치드>


지난 2020년 개봉작 베스트에 이어, 사라 폴슨 is 뭔들. 역시 공개일을 손꼽아 기다린 드라마로, 사라 폴슨이 주연을 맡고 라이언 머피가 총제작을 담당한 드라마. 켄 키시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프리퀄 드라마로, '래치드'라는 간호사가 어떻게 병원을 장악하고 희대의 악역을 맡게 되는지 그 발단격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넘친다. <래치드> 같은 경우는 라이언 머피의 집착에 가까운 색감 연출/세트 연출과 사라 폴슨의 선과 악을 가늠하기 어려운 오묘한 연기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드라마. 배경이 1942년이다 보니 '동성애'를 질병 화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한데, 이 기저에 깔린 모순을 잘 잡아내고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단 고어적인 수위가 제법 있는 높은 편이라, 넓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그나저나 베스트 드라마에 라이언 머피 제작 작품이 두 개나 있다. 라이언 머피가 연출/제작한 드라마는 대체로 즐겁게 관람했는데, 이쯤 되면 라이언 머피는 완벽한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 듯.


3. <블라이저택의 유령>


2020년은 이미 <힐하우스의 유령>의 연출을 맡았던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인터뷰대로 <블라이저택의 유령>이 공개되는 해였고 <힐하우스의 유령>이 끝난 이후 2년 여를 기다려 만난 드라마가 되었다. 마이크 플래너건이 전부 연출을 맡진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힐하우스의 유령>만큼 압도적으로 찬사를 보내는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으나 오래도록 추천하고 싶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서양에서 유명한 '헌티드 힐-귀신들린 집' 서사는 크게 셜리 잭슨과 헨리 제임스로 나뉘는데, <힐하우스의 유령>이 셜리 잭슨, <블라이저택의 유령>이 헨리 제임스로 각각의 원안을 리메이크 혹은 벤치마킹했다. 마이크 플래너건이 인터뷰를 통해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전체 에피소드를 놓고 보았을 때 동화적 낭만과 애틋한 로맨스가 뒤섞여 아름다운 고딕 호러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힐하우스의 유령>이나 <블라이저택의 유령> 두 개 모두 처음 보는 분들께는, <블라이저택의 유령>을 먼저 보고 <힐하우스의 유령>을 보라 권하고 싶다. 물론 두 드라마 모두 겹치는 부분은 전혀 없는 개별의 이야기다. '저택'을 가지고 이끌어 낼 수 있는 호러/스릴러의 이상향을 보여준 플래너건의 연출작을 또 기대하며.


2. <퀸스 갬빗>


올해의 드라마. 올해 본 모든(수많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드라마. 입소문을 듣고 시작했는데 앉은자리에서 정주행을 마치게 하는 마력이 있던 드라마였다. 시즌 1로 깔끔하게 마치는 것도 좋았고 편당 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볍게 즐기기도 좋았다. <퀸스 갬빗>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체스의 '체' 자도 모르는 사람들을 몰입시키게 만드는 서사와 연출력.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까지 아쉬움 없이 챙겨봤다. 이 역시 남녀노소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명작.


1. <언컷 젬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꺼내는 영화, <언컷 젬스>. 이 영화가 공개된 게 2020년 2월 초였는데, 그때 이후 지금까지 올해의 영화와 올해의 넷플릭스/개봉영화 통틀어 나에겐 1위임은 변하지 않았다. 연초에 봤던 영화고 그때는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될 줄 몰랐으니 설마 한 작품 정도 베스트는 나오지 않겠나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고 그냥 올해 영화 베스트는 이 영화에 몰빵하고 싶다. 천재적 감독인 샤프디 형제와 아담 샌들러, 그리고 모든 주조연들이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이를테면 '운수 좋은 날'. 성원에 힘입어 2020년 하반기에 영상자료원에서 '샤프디 형제 특별전'이 개최되긴 했으나, 곧 코로나 2.5단계를 맞아 전부 다 상영되진 못했다. 언젠가 <언컷 젬스>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순위를 꼽기 다소 어려운 점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지 못한 것이 많다는 것도 나름의 한(...)이지만. 이 리스트 중 누락된 드라마 중에는 본문에서 언급한 <킹덤> 시즌2도 있고,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 매그놀리아>,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3>와 같은 픽션, 그리고 <디스클로저>, <블랙핑크:세상을 밝혀라>, <사카라 무덤의 비밀>과 같은 다큐멘터리도 있다. 애니메이션도 몇 개 챙겨봤는데 순위에 올리고자 하는 드라마는 없었다. 그밖에 이전 작품들 중엔 <도깨비>나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챙겨보기도 했다.

특별히 순위에 올리지 못해 아쉬운 드라마는 <타지마할 1989>와 <밤은 혼자다>, 그리고 <더 크라운>. 이 중 <더 크라운>은 두고두고 보려 노력하다가 올해 11월 말 즈음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너무너무 재밌어서 정주행 중인 드라마다. 2020년 12월 기준 시즌4가 공개되었지만 아직 시즌4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므로 목록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기회가 있으면 꼭 <더 크라운>을 어디에선가 추천하고 싶다.


내년에도 넷플릭스와 함께 쭈욱 안전하게 달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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