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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25. 2020

2020년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국내 개봉작)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이 있어 개봉을 하지 못한 영화들이 절반에 가까웠던 2020년. 되돌아보면 원래 2019년 말 즈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2020년 개봉을 취소했고, 그로 인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개봉작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원더우먼 1984>를 비롯해 12월 24일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좀 있어 리스트가 예년보다 좀 늦어졌다. 물론 <원더우먼 1984>는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재개봉과 기획전은 제외했다. 재개봉작을 포함하면 1위는 <지옥의 묵시록:파이널컷> 혹은 <킹덤 오브 헤븐>이 당연히 차지하겠지만, 올해 재개봉작이 워낙 많이 이 반갑고 즐거운 경험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사실 재개봉작과 기획전을 빼면 정말 몇 되지 않는 리스트라, 어느 때보다 10편을 꼽기가 어려웠다.


늘 그렇듯 10위부터 1위까지 순서대로 적어보았다.




10. <내가 죽던 날>


김혜수와 이정은이 콤비를 이루는 영화라 반드시 챙겨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여성들의 연대'가 돋보이는 영화라 좋았다. 그 주제의 주연이 김혜수여서 더더욱 좋았고. 작년 <하이에나>에서의 역할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극에 몰입된 연기 또한 좋았다. '섬'을 소재로 일어나는 비슷한 영화로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있을 텐데, 필요 이상의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줘 자극을 꾀하지 않아서 좋았다. 담담하게 보기 좋았고, 모든 주조연들이 제자리에 놓여있는 느낌.




9.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그 어느 때보다 신나고 재밌는, 어느 정도 클리셰가 있더라도 그래도 희망적인 한국영화가 보고 싶었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그 역할을 다 해주었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를 직통하는 계절에 개봉했지만 꽤 주목할 만한 흥행을 이루기도 했다.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극장으로 향하게 했던, 주연/서사/대사/연출 어느 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


8.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그레타 거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작년 전미비평가협회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영화였고 2020년 2월에 개봉했는데, 개봉 직후 코로나 폭격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롱런을 이루지는 못했다.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티모시 살라메 등 엄청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적재적소에서 반짝반짝 빛났던 영화. 그레타 거윅이 구상 단계부터 네 명의 여배우들과 많은 연출을 함께 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 자체도 몹시 조화롭고 아름답다.


7. <야구소녀>


<야구소녀>는 이미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계속 언급했던 영화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6월에 개봉했고 오랜 시간 스크린에 머물지는 못했지만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의 연출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돌아설 때 묵직한 감동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다.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도, 관객에겐 장점으로 작용했다. 매력적인 이주영 배우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영화.


6. <테넷>


아마 올해 유일하게 반복 관람한 영화가 되지 않을지. 아이맥스/돌비 등 특별관에서의 상영을 조심스레 모두 경험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을 <덩케르크> 이후 간절하게 기다렸고 기대를 내려놓으려 해도 그럴 수 없음이 강하게 작용하긴 했지만-그래서 어떤 부분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전작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특히 N차관람 때에만 볼 수 있는 놀란의 장점이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라, 이를테면 팬 서비스북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https://blog.naver.com/club246/222067936299


5. <퍼스트 러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챙겨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영화. 역시 2019년 작으로, 2020년 12월에 개봉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영화로 일찌감치 개봉하겠거니 기다리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개봉이 무산되고 연기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연말에라도 개봉하니 다행이었기도 했다. '되는 일 없는 하루'를 담은 영화인데,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장점이 수준급 이상으로 녹아들어있는 영화. 개인적으로는 소메타니 쇼타의 엄청난 팬이라, 사진도 일부러 쇼타가 나오는 것으로 골라봤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전형적인 '미이케 다카시 표' 영화.


4. <런>


<서치>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차기작으로, 전작과 비슷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 <서치>는 독특한 아이디어(화면 분할 등)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차기작도 비슷한 양상을 띄지 않을까 했는데, 전작과 전혀 겹치지 않는 연출에 스릴러의 서사는 이쪽이 더 강해져 아주 즐겁게 관람했다. 그리고 사라 폴슨 is 뭔들. 요즘 너무 이쪽 연기만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연기 스케일을 펼쳐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3. <운디네>


2020년 가장 마지막으로 (극장에서)본 영화. <트랜짓>을 연출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신작. 제법 익숙한 '운디네' 설화를 바탕으로 베를린 도시를 몽환적으로 훑는 드라마. '운디네'는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설화/신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잠정적으로 물 위로 드러나게 하는데, 그 연출이 무척 좋았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끝나지 않은 사랑 이야기'. 올해가 가기 전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 영화 중 하나.


2. <조조 래빗>


먼 옛날 영화 같지만 2020년의 포문을 영화 중 하나. 2020년 개봉영화를 말할 때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몹시 사랑스러운 전쟁영화로 B급 무비로 치환된 <바스터즈:거친 녀석들>과 희생적이면서 절망적인 <제이콥의 거짓말> 같은 영화의 딱 중간에 위치하는 영화.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 유일하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스칼렛 요한슨, 샘 록웰 등의 열연이 인상적이며 아역배우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조조 역할) 또한 올해의 발견 중 하나. 2020년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했다.


1...위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2020년 개봉영화/넷플릭스에 관계없이 전반적인 모든 영화 통틀어 1위는 <언컷젬스>다. 이미 팟캐스트와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올해 이 영화보다 더 빼어난 영화는 없었다.


https://blog.naver.com/club246/222031465858


1. <1917>


명불허전 '올해의 영화'. 개봉 시기를 잘못 타는 바람에(코로나로 인해)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꽤나 롱런한 영화다. 여전히 아카데미의 모든 상을 휩쓸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생각하고 있다. 샘 멘데스 연출과 로저 디킨스의 촬영이 일구어낸 수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원씬원컷의 느낌이 나도록 기가 막힌 편집을 거쳤고, 영국 아카데미를 모조리 휩쓸었다. 이 영화는 양손 양발 다 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빼어난 전쟁영화다. 일선에는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 후배들은 앞으로 전쟁영화를 어떻게 만들라고'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엄청난 경험이었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연초 첫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해치지 않아>였는지 가물가물). 너무나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제고 한 번 더 극장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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