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와 길에서 마주쳐 반갑게 인사하는데, 갑자기 친구가 내 다리를 보면서 소리를 질러서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다리에 그렇게 큰 멍이 있는데 눈치를 못 챈 거냐면서 아프지 않을까 사고를 당한 게 아닐까 걱정되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다리를 내려다보니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랗고 파란 멍이 종아리와 허벅지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제야 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난 전혀 몰랐는데'라며 머리를 긁적거리는 내게 친구는 연신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상처가 유달리 자주 나는 편에 여름이 되면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시기라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긁힘들이 곳곳에 생기는데, 아무래도 팔보다는 다리를 많이 쓰다 보니 다리 쪽에 그게 좀 집중되는 편이긴 하다. 그렇다고 병원 같은 곳에 가서 헤모글로빈 수치니 때문에 빈혈이 있고 없고를 검사하면 모든 수치가 다 정상으로 나와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문제는 내 다리를 보고 화들짝 놀란 친구들과 같이 나도 모르게 생긴 상처들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거다. 특히 멍 같은 경우는 처음에 생길 때는 파랗고 초록색을 띄다가 아물면서부터는 옅지만 크게 자리 잡는 갈색의 형태를 띠게 되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파악하기 쉬운 편이다. 피부가 까만 편이면 그것도 잘 안 보일 테지만 그런 편도 아니어서, 여름이 되면 이래저래 주위로부터 핀잔을 많이 듣게 된다. 또 그렇다고 상처가 생기면 생기는 족족 감싸고 밴드를 붙이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짧은 치마 짧은 바지를 입는 것에는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않으니 그 핀잔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다리의 상처들은 대체로 자전거를 탈 때 생기는 것들인데, 자전거를 탈 때 무의식적으로 행인을 멀찍하게 피해서 타게 되는 탓에 자전거도로에 갑자기 난입하는 취객이라도 만나게 되는 날이면 그야말로 내 다리는 상처투성이로 변한다. 페달과 종아리, 혹은 안장과 허벅지가 충돌할 때 '아 아프네, 이 정도면 또 멍이 들겠군' 하면서도, 그건 그냥 그때뿐이고 또다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쉽게 까먹고 만다. 문득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도 비슷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평소에 그다지 상처를 받는 편이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상처를 받는 편이 아닌 사람'으로의 나에서 탈피해서 목놓아 울고 싶은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 '아 아프네, 이번에 생긴 상처는 좀 오래가겠어' 정도로 끝나고 마는 게 태반인데, 사실은 이게 다행일지 아닐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