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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15. 2021

이번 주 왓챠 추천작 - <해치지 않아>



이번 주 추천작은 개봉 1주년을 맞은 손재곤 감독의 세 번째 작품 <해치지 않아>. 가볍게 볼 수 있는 한국 영화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본 영화다. 1년 전 개봉 당시 <해치지 않아>에 관해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한 적 있지만, 다시 들고 온 이유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막 코로나가 발병하던 시기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빠르게 극장에서 내려와야 했기 때문.


<해치지 않아>는 HUN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 '해치지 않아'를 각색한 영화다. 대기업 그룹에 소속된 변호사 '태수'는 폐업 위기를 맞은 동물원 '동산파크'의 새 원장이 된다. 태수가 동산파크의 원장이 된 이유는 상사의 지시 때문으로, 재정난으로 임시 휴업 중인 동물원을 되살려 그 가치를 높여, 대기업에게 되팔기 위한 속셈이 뒤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태수는 동물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몇 남지 않은 동물원 직원들의 구원투수로 얼떨결에 자리하게 된다.


영화는 원작 웹툰에서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동물 탈을 쓴 직원들이 직접 뛴다'는 큰 소재를 살리고, 대부분의 인물 설정을 바꿨다. 극중 동물 역할을 하는 직원들의 성별도 바뀌고(이로 인해 영화에서 현재 <빈센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여빈이 맹활약 한다) 일부러 코미디 효과를 주기 위해 '동물 분장' 부분을 엉성하게 설정한 부분도 제법 있다. 설정이 많이 바뀌고 이야기가 축소된 탓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부분이 좀 있지만, 손재곤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한 대사와 연출은 여전해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화가 되었다. 같은 달에 개봉한 <1917>이나 <작은 아씨들> 같은 대작에 밀려 흥행 성적과 평가는 부진했지만, 흔하게 이야기하는 'K드라마' 서사를 적당히 영화적으로 버무려 있어 1년이 지난 이 즈음 다시 돌아보면 좋을 영화라 생각한다.


특히 원작이 워낙 오래전 만화이다 보니 현재의 시류와 맞지 않는 설정들, 이를테면 남성 중심적 유머와 서사 등을 싹 갈아엎고 '옳은 방향'으로 가기를 고민한 부분이 역력해 좋았다. 또한 '만화'가 아닌 '영화' 내에서 동물원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는 적어도 '동물원 동물'에 관한 고민을 수반해야 하는데, <해치지 않아>는 이 모든 것들을 적당한 선에서 두루 수용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동물원 동물의 '정형행동'에 관해 정확히 짚어 말하는 장면이었다. 대기업이 흡수한 테마파크와 동물원, 그리고 동물원 동물들의 소음과 특정 행동 등이 다소 적나라하게 다루어져 불편함이 느껴지면서도, 그 불편함을 관객에게 '교훈'으로 가져가게 만드는 연출은 누구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멜로가 체질>에서 합을 맞춘 안재홍과 전여빈, 그리고 강소라의 열연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억지 멜로'로 삐딱선을 타지 않아 좋았다. 손재곤 감독의 차기작도 무사히 투자를 거쳐, 좋은 플랫폼에서 개봉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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