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Mar 08.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펭귄 블룸>



2017년에 출간된 적 있는 '펭귄 블룸' 책을 모티브로 한 동명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나오미 왓츠가 주연과 제작에 참여해 2021년 1월 공개된 이후 일찌감치 목록에 넣어두었다가 이제야 보게 된 영화다.


사실 이런 식의 '감동 실화' 서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좀 저어했는데, 그냥 막연히 동물 나오는 이야기와 더불어 좀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가 당기는 날이 있지 않은가. 지난 주가 좀 그랬던 날들의 연속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에 손이 갔다. 결과적으로 아주 펑펑 울어 목적을 다한(?) 영화가 되기도 했다.


태국으로 여행을 갔던 블룸 가족에게 닥친 불행으로부터 <펭귄 블룸>은 시작된다. '샘 블룸'은 세 아이를 남편과 함께 돌보며 활동적인 운동과 일을 지향하고 좋아하는 여성이었지만, 태국에서 겪게 된 추락 사고로 인해 척추를 다쳐 불시에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아이들 때문에 마음 편히 불만이나 불평, 절망을 토로할 수 없었던 '샘'은 매일 힘든 삶을 억지로 이어가는데, 어느 날 '샘'의 가족인 '블룸' 가족에게 날개를 다친 까치 한 마리가 찾아온다. 날 수 없어 결국 블룸 가족 곁에 머물게 된 이 까치에게, 블룸 가족은 '펭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보살핀다. '펭귄'은 블룸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이 가족의 갈등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얼핏 한국에도 있는 '까치의 보은' 서사와도 닿아 있어 쉽게 몰입할 수 있던 영화기도 했다. 무엇보다 실제 있던 이야기였고, 갑자기 날아든 새 한 마리 덕분에 닫혀 있던 가족들의 마음이 열리고 서로 좀 더 끈끈하게 화합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언제나 매력이 있기에, 무리 없이 유려하게 볼 수 있었다. 극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샘 블룸', 그러니까 사고 당사자인 엄마와 이 사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 채 살아왔던 아들 '노아'와의 갈등이 와해되는 장면이었다. 아이라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엄마라서 참아야 하는 무수한 감정들이 한 번에 발화되고, 그걸 지켜보는 가족들의 감정들이 뒤섞이며 결국 정말 문자 그대로의 '가족'으로 발전하는 장면들이 중후반에 배치되어 있다. 고통과 사고에 대한 은유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도 그렇고 사고 현장 자체에 너무 치중하지 않은 것도 <펭귄 블룸>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과 인간이 교감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다는 이야기 자체는 너무 클리셰적인 소재긴 하지만, <펭귄 블룸>에서 보여주는 자연 경관이나 '샘'의 주변을 이루는 인물들의 캐릭터성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부분적으로 아쉬움이 묻어나지 않을 수 없지만,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나머지 아쉬움 들을 모두 묻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길 수 있는, 영리한 영화이기도 하다.


오래간만에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는데, 이게 최근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영화 자체가 '눈물 펑펑'을 선사할 만큼 잘 만들어졌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다만, '펭귄'이 가족들의 곁에 있다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별의 장면만은 정말 슬펐다. <펭귄 블룸>의 감정선을 지배하는 캐릭터가 '샘'이고, 이 역할을 나오미 와츠가 연기하고 제작해서 인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듯하고 묘한 '선함'으로 가득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도시인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