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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22.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그 남자의 집>



이번 주 추천작은 <그 남자의 집>. 한국에는 작년 10월 즈음 서비스되기 시작한 영화다. 장르는 포스터 분위기에서 느껴지듯 공포영화로, 레미 위크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각본과 감독을 겸한 이 영화는 2020년 선댄스 영화제와 SXSW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았으며, 이후 넷플릭스가 글로벌 판권을 사서 넷플릭스 단독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제작은 BBC와 뉴 리젠시의 공동 제작이다.


<그 남자의 집>은 장편 데뷔작이고 익숙한 배우라곤 <더 크라운>의 맷 스미스(그마저도 이 영화에선 주연이 아닌)뿐이라 처음엔 좀 주저했지만, 선댄스에서 주목받은 영화는 못해도 중타는 하겠다는 심정으로 선택한 영화다. 일단 '집'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는 정말 많았기 때문에, 얼마나 신선하게 각색/연출하느냐가 포인트였다. <그 남자의 집>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소재는 '난민'이었다.


<그 남자의 집>은 바다를 건너 영국 땅을 밟아 가까스로 난민 승인을 받은 부부의 이야기다. 제공받은 집에 머물며 일정 구역 이상으로 이탈하면 안 되고, 구직 및 취업 활동도 할 수 없는 등 많은 제약이 있지만, 일단 안전한 나라에 자신들의 '집'이 생긴 것만으로 감사하는 부부. 하지만 이들이 거주하게 된 '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곧 두 사람의 관계도 흔들린다.


'난민'의 서사를 중심으로 하여, 끔찍한 환영을 보거나 기이한 현상이 목격되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이동하거나 도망칠 수 없어 그 공포를 고스란히 견딜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지점들이 영리한 구성이라 생각했다. 공포를 느끼면서도 집으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는 난민들과 더불어, 이 '난민'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져다주는 차별에 대한 시선도 놓치지 않았다. <그 남자의 집>도 이를테면 반전 서사에 속하는데, 이 반전이 밝혀지는 전후에 배치된 주인공들이 겪는 환영과 공포를 시/청각적으로 풀어내는 장면들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영화에서 중심 서사가 진행되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여느 공포영화처럼 완벽하게 입체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집의 조감도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연출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집과 집 밖, 꿈과 현실 등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미묘한 공포가 더 자극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가족'의 이야기인 하지만 왜 제목을 '그 남자의'로 한정 짓는가에 대해서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궁금증이 풀리도록 여러 서브 스토리들을 배치해두었다. 근 몇 년 사이 보았던 오컬트 영화 중 가장 깔끔한 결말로 맺음 하는 편이었기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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